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먹을 때 빼고는 온통 그 카메라 생각뿐이었다. 기종은 소니에서 지난해 출시한 'RX-10 III'.
DSLR의 경우 바디(BODY) 가격도 상당히 비싼데 여기에 렌즈까지 따로 구입한다면 허리띠를 졸라매도 열심히 일해도 힘든 나날이 계속될 듯하다.
번들 렌즈 패키지로 구입한다면 약간 절약할 수도 있겠지만 번들렌즈는 화각이나 밝기, 선예도 등에서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니 DSLR 카메라를 구입 후 성능 좋은 렌즈 욕심(렌즈 개수도 풍경 촬영에 적합한 광각렌즈, 표준 단렌즈, 망원렌즈까지, 최소 3개 정도는 갖춰야 원하는 사진을 거의 찍을 수 있다.)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맞다. 여성의 몸(내 몸도 무겁기 때문에 카메라만큼은 가벼웠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으로 무거운 DSLR보다는 조금이라도 가볍고 렌즈를 갈아 끼울 필요가 없는 하이엔드 카메라가 나을 듯했다.
그런 상황에서 고민, 또 고민하다 RX-10 III를 발견하니 '유레카'가 절로 외쳐진다. 600mm까지 줌이 되는 '꿈'의 카메라라니....
RX-10 III도 하이엔드 카메라였지만 상대적으로 고가(출시가 189만9000원)였기에 우선 체험해보기로 마음 먹고 어렵게 그 기종을 손에 넣었다.
무게는 회사에서 대여해서 들고 다니던 5D MARK III보다는 훨씬 가벼운 1Kg대. 물론 똑딱이 카메라나 미러리스보다는 무겁지만 렌즈까지 포함하면 4Kg대인 DSLR에 비해선 훨씬 가운 무게다.
RX10 III는 광각에서 초망원까지 '24-600mm'의 초점거리를 아우르는 광학 25배 줌 성능의 F2.4-4 대구경 고배율 렌즈를 탑재했다. 단 하나의 렌즈로 전 영역에서 선명한 고화질을 선사하는 '올인원 카메라'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렌즈교환식 카메라에서 최소 3개 이상의 렌즈를 사용해야 가능했던 촬영 영역을 하나의 렌즈에 담았으니 여행 시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아늑하고 호젓한, 그래서 더 좋았던 고흥, 그곳으로 동행한 이 카메라는 든든한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화각 제약 없이 선명하게 찍을 수 있었고 동영상 촬영(단 삼각대가 있으면 더 안정감 있는 촬영이 가능하다.)도 안정감 있었다.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수선화나 매화, 고흥의 수려한 자연환경도 별 다른 조작을 하지 않아도 선명하고 생동감 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활용하고 싶었던 부분은 피사체의 세밀한 부분까지 담아낸다는 600mm 줌 기능이었다.
역시 훌륭하다.
육안으로는 점처럼 보이는 점같은 부분을 600mm 기능을 활용하니 손만 뻗으면 잡힐 듯하다.
이 기능이 빛을 발한 곳은 고흥 우주천문과학관이었다.
사람 눈의 1300배가 넘는 집광력을 가진 800㎜의 초대형 망원경을 이용해 가깝게는 달, 행성, 은하, 성단까지 관측할 수 있다는 그곳에서 일행이 한창 달을 감상하고 있을 때 '당당하게' 카메라를 꺼내 600mm로 당겨 찍었다.
한쪽 눈을 질끈 감고 '달이 어디에 있나' 찾는 대신 위에 뜬 달을 향해 줌을 당겼다. 달의 울퉁불퉁한 표면까지도 확대 촬영이 되니 왠지 뿌듯한 느낌이랄까.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보다 이미지 센서 크기가 작은 점(이미지 센서가 클수록 화질이 좋고 노이즈가 적다고 한다.)1인치 크기의 이면조사형 CMOS 센서가 탑재된 것과 터치스크린 기능이 없는 점(아, 배터리도 빨리 닳는다.)은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피사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담아내는 600㎜의 최대 망원, 이 부분이 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한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카메라 하나 둘러 메고 떠났던 이번 여행은 성공이었다.
별도의 렌즈를 구입하지 않고도 전 화각에서 우수한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렌즈 업그레이드를 원치 않는 아마추어에게 이 제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