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발표한 일부 영업정지·대표이사 문책경고 등과 비교하면 대폭 완화된 조치다. 이에 따라 이들 보험사의 영업은 물론 대표이사 연임에도 파란불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 재심을 열고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키로 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2곳에 대해 징계수위를 낮추기로 했다.
보험사에는 기관경고, 대표이사에게는 주의적경고가 내려졌다. 징계를 받은 임직원들도 감봉~주의로 수위가 낮아졌다. 과징금 부과(3조9000억~8조9000억원)는 기존대로 결정해 금융위원회에 건의키로 했다. 당초 발표된 제재 수위보다 기관제재는 3~4단계, 임원 제재는 1단계 낮아진 것이다.
이같은 중징계가 발표되자 해당 생보사는 패닉에 빠졌다. 제재대로 2~3개월간 재해사망보장 담보가 포함된 보험을 팔지 못하면 신계약의 90%이상이 중단된다. 또 전속설계사 존속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보험사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3년간 신사업 진출도 금지되는데 이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엔 치명타였다. 대표이사의 경우 문책경고 이상을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자격이 박탈된다.
그동안 삼성·교보·한화 등 '빅3' 생보사는 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하되,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금감원이 중징계 방침을 거듭 밝히자 일부 지급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징계의 근거로 삼은 기초서류(약관)준수 의무가 법제화된 시점인 2011년 1월 이후 발생한 청구건에 대해서만 지급키로 했었다. 한화생명도 마찬가지였다. 지급액은 삼성생명 600억원, 한화생명 200억원으로 미지급 금액의 20~30%였다. 교보생명은 이들과 입장을 같이하다 금감원 제재 발표 당일 소멸시효에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전건 지급하기로 했다.
결국 금감원 제재심은 삼성과 한화에 중징계를 내렸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삼성생명은 지난 2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자살보험계약 3337건에 대한 1740억원의 미지급 보험금을 전액 지급키로 했다. 한화생명도 3일 정기이사회에서 637건에 대한 910억원 규모의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자살보험금 사태를 지켜본 다수의 생보사들은 허탈하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원칙없는 대응과 일관성 없는 징계로 전체 보험사에 대한 신뢰 하락과 금감원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혔다"며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찝찝함만을 남긴 사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