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기획] 새로운 도전의 땅: 아프리카는 발전하고 있다

2017-03-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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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상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

‘희망의 대륙’, ‘움직이는 사자들’. 최근 아프리카를 일컫는 말이다. 이와 함께 여느 아프리카 국가에서든 전환, 도약, 지속성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경제 구조를 1차에서 2차, 3차 산업으로 전환하고 경제 성장을 통해 도약하며, 지속적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빈곤 퇴지를 위해 노력하자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추구하고 있다. 기대감이 가장 높은 곳이 아프리카다. 다수 선진국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 공업국, 국제기구들은 원조 및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 발전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다. 

◆ 불확실성을 넘어 희망의 대륙으로...풍부한 지하자원·신재생 에너지 잠재력 충분 

11억 명 이상의 대규모 인구, 미국의 세 배가 넘는 넓은 대륙, 2000개가 넘는 다양한 민족과 언어를 가진 아프리카는 지난 50여 년간 불확실성 그 자체였다. 아프리카는 1960년대를 전후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풍부한 지하자원과 발전 가능성을 가진 ‘희망의 대륙'으로 불렸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는 절망의 대륙으로 전락했다. 낮은 교육 수준, 인종 간의 갈등, 빈번한 쿠데타와 정치적 불안정, 부정부패, 정부의 무능력에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두 차례의 석유 파동으로 수출은 줄고 수입 부담이 늘어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국제사회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구조조정계획(SAP)을 제안하고,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로 전환하도록 노력하였으나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 큰 진전을 이룩하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는 세계화 기조 아래 중국 및 신흥 공업국가들의 발전이 두드러지면서 아프리카도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되었다. 교역 기회가 늘면서 1차 산업 제품의 수출이 증가하고 투자가 늘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아프리카 경제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희망의 대륙‘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지난 2005년 이후 아프리카 전체 경제 성장률은 세계 평균을 앞질러 왔다. 200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5.4%를 기록했다. 산업분야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연평균 15~23% 성장했다.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프리카의 지속 발전 가능성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일단 토지와 지하자원이다. 아프리카의 전체 경작 면적은 1억 9000만 헥타르로 전 세계(13억 5000만 헥타르)의 14.16%에 이른다. 한국(150만 헥타르)의 130배에 해당되는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 경작용 개발 대상 면적의 60%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광물도 전 세계의 60%가 아프리카에 매장돼 있다는 추정이다. 이 가운데 백금 매장량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망간과 코발트 각각 80%와 75%, 우라늄, 금, 희토류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 매장량은 전 세계 4.26%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유전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전 세계에서 발견된 유전의 1/3이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으며 우간다, 수단, 모리타니, 적도기니 등은 원유생산국이 되었다. 천연가스 보유량은 전세계의 3.28%에 달한다. 자원개발에 힘입어 2015년 아프리카의 인프라 투자 규모는 834억 달러에 달했다.

아프리카의 전력 보급률은 35%에 지나지 않아 6억 2000만 명이 전력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아프리카의 큰 장점이다. 독일 시멘스가 수년전 연구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0.3%(약 2만 평방킬로미터 면적)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할 경우 유럽 전체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추정이다. 수력발전의 잠재력도 엄청나다. 아프리카에는 크고 작은 14개의 강이 있다. 나일강은 아프리카의 ‘워터타워’로 일컬어진다. 동아프리카 남북으로 걸쳐있는 대협곡은 2,200킬로미터에 이르며, 풍력과 지열발전의 보고로 통한다. 나일강과 콩고강 등 큰 강을 끼고 있는 주변국들은 풍부한 수자원을 일컬어 ‘하얀 석유(white oil)’라고 말한다.

◆ 국가간 경제협력체 통해 상호 발전...치안 유지 활동으로 정세 불안 상쇄  

아프리카 대륙과 지역은 경제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일단 2002년 공식 출범한 아프리카연합은 지난 1963년 설립된 아프리카연합기구(OAU)를 전신으로 한다. 54개 회원국과 함께 회원국 간 경제·사회·문화·정치 등 모든 분야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은 각 회원국의 분담금과 외국의 원조자금으로 운영된다. 아프리카 국가들 대부분은 국가 재정이 부족한 만큼 다른 기구에 분담금 지불이 어렵고, 원조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 위치하고 있는 본부 건물은 지난 2011년 중국에서 2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 건설한 것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아프리카연합의 성공적인 활동 중 하나는 아프리카 스스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사업 추진기구인 아프리카 개발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먼저 2002년 출범한 신아프리카개발협력단(NEPAD)에서는 연간 7% 이상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5개 권역별로 3개 국가가 실행위원회를 설립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아프리카상호감독제도(APRM)’도 운영한다.

아프리카연합 회원국은 평화와 안정을 위해 내전이나 정치적 갈등, 치안, 주변국가와의 분쟁 등 모든 분야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소말리아는 유엔과 협력해 ‘아프리카연합 소말리아파견단(AMISOM)’을 통해 케냐 등 7개국에 군대 또는 경찰관을 파견하고 있다. 2012년 3월 말리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는 지역 경제통합기구인 서부아프리카경제공동기구가 해당 정부에 경제제재를 선언한 뒤 불과 6개월 내에 민주적 선거가 치러지면서 정치적 안정을 되찾았다. 그 외에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부르키나파고, 남수단 등 여러 국가에 군대 또는 경찰을 파견하고 있다. 이같은 정치적 안정은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공동 발전 목표는 2013년 발표된 ‘비전 2063’에서 잘 나타나 있다.

지역별 경제 통합기구의 활동도 아프리카의 특징 중 하나다. 넓은 대륙 면적, 지역간의 경제· 사회적 차이, 지리적 위치 등을 고려한 경제 협력체다. 북부 아랍마그레브연합(UMA), 서부 아프리카경제기구(ECOWAS), 중부 아프리카경제기구(ECCAS), 동아프리카경제공동기구(EAC), 남부아프리카개발기구(SADC), 동남부아프리카기구(COMESA)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EAC, SADC, COMESA 등의 통합을 협상중이며 성사된다면 아프리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통합기구가 탄생할 전망이다.

◆ 2020년 구매력 5000달러 이상의 인구 1억 3000만명 전망...한국 투자액은 전 세계 1.3%에 불과

11억 아프리카 인구 가운데 5000달러 이상의 구매력을 가진 인구는 7800만 명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약 1억 3000만 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구 13억 명을 보유한 인도시장과 비교할 때도 더 큰 규모라고 한다. 각종 제조업 상품 및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아프리카의 연간 국제 무역 규모는 약 9000억 달러에 이른다. 대(對)아프리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5년 기준 771억 달러에 달한다. 투자 분야는 종전의 자원개발관련 분야에서 제조업 부문으로 바뀌고 있다. 소득 수준 증가에 따른 거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프리카의 제1 교역 대상국은 유럽이지만 중국의 무역 규모는 급속히 증가해 왔다. 지난 2000년 100억 달러에 불과했던 무역 규모는 2015년 3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대(對)아프리카 무역 규모인 189억 9000만 달러와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투자는 다른 주요 선진국이나 중국을 비롯해 인도·터키·브라질 등 신흥국 산업국가에 크게 뒤진다.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누적 투자액은 37억 달러(520건)로 아프리카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1.3%에 불과하다. 투자액 중 23억 달러(62%)는 광업 분야이며, 제조업은 5억 달러(13%)에 그쳤다. 

직접투자에 집중할 만한 분야로는 아프리카의 부존자원과 풍부한 노동력을 고려할 때 섬유 공업 같은 노동집약산업이 꼽힌다. 도시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전제품부터 자동차까지 소비재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유통 구조가 부실한 아프리카의 인프라를 고려해볼 때 서비스 산업 진출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가공업 및 유통도 고려해 볼만하다.

새로운 도전의 땅인 아프리카는 변화하고 있다. 넓은 농경지, 풍부한 지하자원과 인적자원, 개선되고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은 향후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개발 분야의 발전 기회를 놓치기엔 아쉽다. 다른 국가의 인프라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소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안타깝다. 경제 요소 측면에서 아프리카와 우리나라는 상호 보완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발전 경험을 아프리카에서 펼쳐볼 시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기업에 아프리카 만큼 매력있는 지역이 어디 있을까? 

※ 이진상 교수 프로필
現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국제지속발전연구원 원장)
現 한국 아프리카학회 회장

주요경력 :
前 덕성여자대학교 특임교수(국제개발협력센터장 및 Director of Duksung-UN Women World Congress)
前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개발협력, 경제개발 및 성장과 글로벌화, 아프리카 경제개발 등)
前 국무총리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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