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포스트 탄핵 로드맵’의 최대 화두는 ‘연정’과 ‘협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인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자유한국당의 여당 지위도 상실했다. 정부정책의 핵심 회의체였던 당·정 협의도 없어졌고, 여·야의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다수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도 120석에 불과하다. 모든 것이 가변적인 ‘포스트 탄핵 정국’이 현실화된 셈이다.
◆민주당 집권 시 ‘與小野大’ 발목…연정·협치 필수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강행 처리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기 위해 2012년 5월 2일 통과한 ‘국회선진화법’ 탓이다. 선진화법에 따르면 쟁점 법안의 경우 과반수가 아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만 신속처리 법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정권교체 가능성이 가장 큰 민주당도 집권하는 즉시, 여소야대(與小野大)에 발목이 잡힌다. 현재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 등 야 3당 의석수는 총 165석이다.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야 3당이 공조하더라도 25석의 의석수가 부족하다. 민주당과 범보수진영인 바른정당(32석)이 정책 연대를 통한 연정에 나서야만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집권당 지위를 상실한 한국당의 의석수는 94석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2차 위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개헌 저지선(100석)에 육박하는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당의 도움 없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대연정·소연정 대체 뭐기에…文, ‘與野政’ 협의체 주장
연정이란 말 그대로 의회 내에서 서로 다른 이념과 철학을 가진 정당들이 연합해 구성하는 일종의 ‘연립정부’다. 주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활성화돼 있다. 연정에는 비슷한 세력끼리 연합하는 ‘소연정’과 좌·우파를 넘나드는 대연정이 있다.
연정이 일반적인 독일의 경우 좌파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연합은 소연정, 기독교 민주연합 등과의 연합은 대연정이다. 우리의 경우 야 3당의 연합정부 구성은 소연정, 한국당까지 포함한 연립정부는 대연정이 된다.
문제는 대연정 주장이 자기 핵심 지지층의 민심 이반을 초래, 정치인 스스로 반대편과 대립구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정치 구도에 휩싸여있다는 점이다.
탄핵 정국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희정 충남도지사의 대연정 발언 이후 범야권 지지층이 이탈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참여정부 시절 선거구제 개편을 고리로 당시 한나라당(현 한국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지지층만 이탈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개혁을 절반만 하고 타협하는 연정에는 반대한다”며 ‘대연정 불가론’을 주장한다. 대신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협치의 문제를 풀자며 대안을 제시했다. 안 지사는 ‘대연정’, 이재명 성남시장은 야권연립정부인 ‘소연정’을 각각 주장한다.
제3지대로 넓히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등이 대연정론자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을 위한 대연정 토론회를 하자”며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여야 대선주자에게 제안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180석 이상 확보되는 정부 형태 만들어야 한다”며 개헌을 매개로 한 대연정에 불을 지폈다. 13세기 왕권 제한에 나섰던 영국 귀족들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대헌장)식 대연정인 셈이다.
김중위(4선) 전 환경부 장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20대 총선을 통해 3당 체제를 만들고 이후 4당 체제, (정의당까지 합치면) 5당 체제가 아니냐. 선거 이후 협치 등을 말하던 정치인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라며 “정치의 본질은 갈등의 조정”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