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미국 정부가 현대중공업의 대형 변압기(Large Power Transformer)예비판정의 20배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판결은 최초 반덤핑 판결이 이뤄진 뒤 미국 정부가 매년 산업동향을 살피기 위해 진행하는 연례재심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중전기기 업계는 물론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충격파가 크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해 9월 예비판정에서 현대중공업 3.09%, 일진 2.43%, 효성 1.76% 등 한국산 변압기 반덤핑 관세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최종판결에서 효성은 2.99%, 일진은 2%대의 판정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현대중공업만 20배 가까이 관세율이 오른 것이다.
이번 사안은 지난 2012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자국 업체인 ABB가 현대중공업 등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미 상무부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해 최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미 정부는 매년 연례재심을 통해 덤핑관세 부과후 자국업체의 경쟁력 회복 여부를 조사해 덤핑 관세율을 조정하는데, 현대중공업의 변압기 제품 수출이 급증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고율의 관세를 물렸다. 특히, 미 상무부는 이 같은 결정을 관보 게재를 통해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와 현대중공업에 통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계에 먼저 정보를 흘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중국, 베트남 사업장에서 제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울산 공장에서 변압기를 제작한 ‘한국산’ 제품을 미국 현지로 수출해 왔으며, 앨러바마에 생산법인을 두고 현지에서 최종 조립하는 구조로 사업을 진행, 절차를 놓고 보면 반덤핑 부과 대상 기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상무부가 현대중공업을 찍어 통상 공세를 가한 것은 ABB, 델스타, 펜실베니아 트랜스포머 테크놀로지 등 자국 변압기 제조업체들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외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미 정부에 로비를 하면서 벌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ABB는 미국은 물론 캐나다에서도 한국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한 바 있다.
국내 수출업계는 이번 판정이 연례재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도 높은 보호무역 정책을 통해 전 정권에서 판정한 수입규제를 뒤집겠다는 것으로, 향후 한국이 수입규제를 받고 있는 모든 품목이 연례재심 과정을 통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반덤핑 판정에는 정부간 협의에 의해 이뤄지는 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실상 국정 업무가 마비된 우리 정부의 사정상, 미 정부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의 예비판정 3.09%와 비교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최종판정”이라며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관세율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미국 앨러바마 현지에 생산법인을 갖고 있어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수 있는 경영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