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한 한 제조업체 대표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수장 마윈 회장을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IT시대망(時代網)의 6일 보도에 따르면 양회 전인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중국 타일 제조업체 마르코폴로의 황젠핑(黃建平) 회장이 알리바바 타오바오몰에 넘치는 짝퉁과 상표 도용업체, 불법 판매업체를 언급하며 "중국 실물경제 부진에 마윈의 공로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타오바오에 500여 곳의 업체가 '마르코폴로' 이름을 내걸고 타일, 변기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대리판매 계약을 맺은 합법업체는 단 두 곳에 불과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황 회장은 "나머지는 모두 '리구이(李鬼·수호전에서 이규(李逵)를 사칭하는 인물)'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는 마르코폴로 제품 가격과 서비스 체계를 어지럽히고 불타야 할 실물경제에 필요한 장작을 빼버리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온라인 쇼핑몰은 실물경제에 해악이 된다"고 비판했다. 시장에 내놓은 브랜드와 제품의 가격으로 기업 가치를 구현할 수 없다면 중국 실물경제가 파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알리바바는 발빠르게 대응했다. 타오바오는 5일 공식성명을 통해 3가지 근거를 들어 황 회장의 관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자사의 제품이 유통되는 세부 루트 관리는 각 기업 수장이 책임져야 하는 중대 임무라고 꼬집었다. 타오바오는 "500개 업체가 판매하는 (마르코폴로의) 물건은 대체 어디서 나왔냐"며 "스스로 관리해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물경제 타격론에 대해서는 "타오바오는 순도 100%의 실물경제"라며 "실물경제라는 것은 인류가 사상과 부(富), 도구 등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활동으로 제품 생산은 물론 유통업도 실물경제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짝퉁 단속에 대해서는 성과가 기대를 밑돌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면서 이를 뿌리 뽑으려면 관련 입법과 확실한 법 집행이 필수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의 '실물경제' 발언에 마 회장의 막역한 친구로 알려진 스위주(史玉柱) 쥐런그룹 회장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스 회장은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해당 발언을 한 양회 대표는 상식이 부족한 듯 하다. 경제 교과서에 실물경제 정의가 써 있다"면서 "전자상거래가 대체 언제부터 가상경제가 된거냐"라고 비판했다.
마 회장을 향한 중국 제조업 기업 수장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관영언론 CC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제조업체 총수들은 제조업 부진의 심층적 이유를 분석하다 말고 마 회장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불만을 표출한 주인공은 가전업체 거리전기의 둥밍주(董明珠) 회장, TCL그룹의 리둥성(李東生) 회장, 중국 최대 식음료회사 와하하그룹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이다. 이들은 앞서 마 회장이 제시한 '신(新)유통·신제조·신금융·신기술·신자원'을 두고 첨단기술을 통한 제조업 선진화 외에 나머지는 '헛소리' 라며 실물경제에 적합한 개념이 아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