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창업 활성화 정책의 무게중심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학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최양희 미래부 장관의 대학 현장 방문도 늘었다.
그동안 미래부는 전국 18개 지역에 구축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창업 활성화를 도모해왔다. 대학으로의 창업 중심축의 이동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래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2년 동안 운영하면서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앱 개발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용을 늘리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은 '질 높은 기술 창업'에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는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창업에 성공한 사례도 늘었다. 하지만, 인력과 공간이 제한된 센터에서 창업을 돕기에는 한계도 존재했다.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구체화는 과정에서 센터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영원히 센터가 그들을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입주했던 센터를 떠나야 한다. 센터를 떠나면 곧바로 인정사정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현실 속으로 내몰린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편과 싸워 이길 수 있고,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진정한 기술'이 필수다. 창조경제혁신센터라 해도 이 기술 만큼은 마련해 줄 수가 없다.
하지만, 대학에는 우수한 인력과 넓은 공간, 그동안 연구활동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까지 '질 좋은 기술 창업'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이는 대학 연구실을 창업 공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인사이트를 주고, 교육과 연구 중심이었던 대학을 이제 창업 중심 대학으로 바꿔보자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기술 창업 5만 개라는 목표도 세웠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도 "이제 창업 인재를 키우는 것은 대학의 몫"이라며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글로벌을 지향하는 새로운 경제 발전 모델을 만들기 위해 대학도 이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대학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처럼 우수한 기술력과 인재를 겸비한 출연연도 국내에는 즐비하다.
IT업계에서는 이스라엘의 세계적 벤처캐피탈인 요즈마그룹이 판교에 캠퍼스를 연 이유가 ETRI가 보유한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이라는 말이 떠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2500명 규모의 인력을 갖추고, 연간 6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는 ETRI가 개발한 우수한 특허 기술도 국내 업체에 이전되고 나면 쓸모가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게 현실이다.
ETRI와 같은 출연연이 기술 창업에 앞장선다면, 출연연과 대학을 연계한 한 단계 더 높은 기술 창업도 가능하다. 출연연과 대학을 연계한 클러스터 구축도 시야에 들어온다.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교육에서 창업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제도, 학점제도 등 손 봐야 할 곳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 뒤따른다. 하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얻은 '기술 창업이 중요하다'는 해답에 확신이 있다면, 한번 판을 바꿔 볼 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