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롯데그룹은 22일 유통부문 계열사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중국통’ 전문경영인을 전진 배치했다.
앞서 롯데는 중국 정부가 반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HAD·사드) 배치 부지로 확정된 성주 골프장을 국방부에 제공키로 하면서, 보복성 조치로 인해 중국 사업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우선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에 따라 새로 신설된 유통부문장(Business Unit, BU)에는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를 부회장으로 파격 승진 발령해 ‘책임경영‘에 힘을 실었다.
이 부회장의 후임으로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직에는 강희태(58) 롯데백화점 차이나사업부문 부문장(부사장)이 사장, 승진했다.
특히 강 대표는 2014년 8월부터는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차이나(중국)사업부문장을 맡아 현지 백화점 사업을 이끌며 ‘중국통’으로 부상했다.
롯데쇼핑의 투톱인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도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2003년 입사한 이후 롯데마트에서 기획 ·전략통으로 활약, 201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연소 대표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김 대표도 대표 승진 직전까지 해외사업부문장을 거쳐 롯데마트 중국본부장을 지내며 중국 현장 경험을 갖춘 인사다. 롯데의 유통 계열사 가운데 핵심인 롯데쇼핑내 백화점과 마트 대표가 모두 중국통으로 채워진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인 백화점과 마트 대표에 중국 현장 경험을 보유한 인사를 동시 배치한 것은 현재 대(對)중국 관련 사업을 고려한 조치”라고 전했다.
현재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운영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이미 2015년 중국 경기 하락 등을 반영해 영업권 가치를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볼 정도로 중국 사업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향후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을 빌미로 중국 당국의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롯데가 중국 선양 건립 중인 ‘롯데월드’ 공사가 최근 중단된 것과 관련, “사드발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중국 ‘소비자의 날’ 행사에서 중국인들의 롯데에 대한 불매 운동 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9일 논평을 통해 “한반도 사드 배치는 지역 안보와 안정에 위협이 되며 롯데그룹 경영진은 사드 부지로 골프장을 제공할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으나 지역 관계를 격화시킬 수 있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협박성’ 논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중국의 관영신문 환구시보도 전날 사설을 통해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계속된 중국 언론의 보도에도 불구, 롯데가 지난 20일 사드 부지 제공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이 화를 불렀다.
환구시보는 “롯데의 결정을 바꿀 수는 없지만, 중국사회는 사드 배치 지지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결심도 굳건하다”면서 “(롯데가) 사드 배치를 고집하면 중국 관련 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중국과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면서 세계는 넓고 롯데가 다른 곳에서 매장을 열고 잘 되더라도 우리는 전혀 상관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