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령 사태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기업들은 환율 급등, 미국의 수출 규제에 따른 통상마찰 등 경제 여건을 옥죄는 불확실성이 지속하며 경영환경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해서다. 기업들은 계엄령 선포 자체가 이례적인 만큼, 추후 초유의 사태가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전날 밤부터 일부 임원들이 모여 밤새 릴레이 대책 회의를 이어갔으며, LG는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여의도에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에게는 재택근무를 권고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날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곧바로 일부 경영진이 모여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며 “요동치는 환율에 대한 우려가 많았고, 새벽부터 일부 해외 파트너사에서는 계약 관련해 문의가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예민한 사안인 만큼 주요 일정을 취소하고 조용히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수출 기업들은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엄령 선포 이후 144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은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원화 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에 우호적인 영향이 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원자재가 인상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 상법·자본시장법 등 재계를 둘러싼 각종 지원 법안들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보조금 지급 여부 등도 걱정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대체할 기업이 많지 않은 만큼, 국정 혼란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은 밤을 새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했으나, 생각보다 이르게 계엄이 해제되면서 일단은 한숨을 돌린 분위기”라며 “다만 환율 변동성에 미·중 갈등에 따른 리스크 등 잇단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