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검찰이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서 공개한 녹음파일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과 관련된 국정농단의 세밀한 부분들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
공개된 파일에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김수현(전 고원기획 대표)씨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이 파일에서 고씨는 "중요한 것 또 하나 오더가 있는데, 세관청장, 세관장 아니 세관장이란다. 국세청장"이라며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라고 말한다.
김씨가 "지금 세관에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라고 말하자 고씨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한번 찾아봐야지"라고 답한다. 고씨가 "세관 쪽 있는 사람을 넣어야 하니까"라고 하니 김씨는 "있겠죠. 찾아보면 나오겠죠"라고 답한다.
이어 고씨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조직, 이 세관조직이 ○○(비속어) 탄탄한 데라고…"라며 "그걸 깨려 하는데, 깰만한 그쪽(행정고시) 기수들 말고 반대파들을 끼어야 한 번 해야 할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
그러자 김씨가 "안 뭉칠 거예요. 힘이 실리면 똘똘 뭉칠 텐데"라고 하자 고씨는 "뭉치든 안 뭉치든 이쪽에서 집어넣는 거지"라며 "세관장도 원래 행시 출신들이 다 했는데 근데 지금 세관을 바꿔놨잖아"라고 설명한다.
또 고씨는 자기가 찾아보겠다며 김씨에게 "내가 그 (세관) 과장님하고 만났다"며 "세관장 그 밑에 사람들 자리 또 인사했는데 기재부에서 1명 차장급으로 내려오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밖에 류상영 더블루K 부장은 김씨와의 대화에서 "그 사람이 진짜 국세청장으로 가면 말도 안 되는 인사"라며 "이번 정부에서는 다 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류씨는 또 "내가 41년 동안 수구 꼴통 보수였는데, 이 분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고 비난했다. 다만 검찰은 류씨가 언급한 '이 분'이 누구인지는 따로 지목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파일을 근거로 최씨의 국정 농단이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면 최씨는 모든 일을 고씨가 꾸민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 "대통령은 책임 안져…안종범 날아갈것"
한편 검찰이 공개한 또다른 파일에서 고씨는 지난 7월 초순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의혹이 불거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를 예상하는 얘기를 나눴다.
고씨는 김씨에게 "조만간 하나 터지고 그러다 보면 장관 터지고 하다 보면 누구냐, 이성한(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라도 여기서 잘리게 되면 다 퍼뜨릴 각오를 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그렇기 때문에…"라며 "그러면 지금까지 경제수석하고 카톡하고 회의하고 이런 게 다 나오거든"이라고도 말했다. 최순실씨 주변의 '내밀한' 내용이 외부에 공개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이후 문제가 커졌을 때 누군가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내용도 담겼다. 고씨는 "그러면 다 같이…"라며 "결국은 책임을 누가 져? 대통령이 지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지느냐, 대통령은 소장(최순실)을 지키기 위해서 정책수석(안종범)을 책임지고 날아가는 거로 끝낼 거야. 내가 생각했을 때 소장을 지킬 거야"라며 "소장(한테)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하고 그럴 가능성이 높아"라고 말했다.
한편 고씨는 지난 6일 증인으로 출석해 녹음파일 중 일부 내용에 대해 "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씨와 농담 식으로 한 이야기"라고 진술했다. 녹음파일에는 고씨가 "내가 이제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고 하다 보면 거기 ( K 스포츠재단) 다 우리가 장악하는 거제"라고 막한 내용 등이 들어가 있어 최씨 측은 이것이 고씨가 재단을 장악하려고 했다는 증거가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