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트럼프는 비즈니스 맨, 미국 경제 도움된다 이면에 실리 챙겨야”...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2017-02-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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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즈니스 맨(사업가)이다. 본인에게 이득되는 일만 한다. 현재로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에 도움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시장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미 FTA 재협상 우려가 커지자 미국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 원장은 자국이기주의(First America)를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거래는 철저한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가져간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식 거래법이자 미국의 주된 통상정책이 될 것이란 게 현 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도 미국내 투자, 고용창출 계획 등을 강조하며 한국과의 지속적인 거래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현 원장은 이와 동시에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미국 외 다른 국가와도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주의과 함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제기하며 통상 관계를 압박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등 대외적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다.

소규모 개방 국가인 한국이 이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 원장의 혜안을 들어봤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선언 후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트럼프 정부는 미국과 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며 각국과 개별적인 FTA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TPP 등 다자 간 무역이 아닌 양자 무역을 통해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겠다는 의도다.

한미 FTA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만큼, 철저히 제로섬 전략으로 나올 것이다.

트럼프에게 중국이나 일본, 한국은 그저 미국 시장에 이익이 되냐 여부를 따지는 거래 국가일뿐 강대국, 신흥국 지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국이 우리 것을 이만큼 가져갔으니 그만큼 돌려달라는 것이다. 포드와 GM, 도요타 등의 기업에게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한미 FTA가 미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올해는 한미 FTA가 발효된지 5주년이 되는 해다. 5년 간 미국의 무역 적자가 158억 달러 이상 줄었고,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3만70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 미국의 한국에 대한 서비스 수출이 32% 늘어났다는 점 등도 부각시켜야 한다.

향후 미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투자, 고용창출 계획 등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오는 3월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FTA 5주년 세미나에 참석한다.

한미 경제 관계가 미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해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이 실리 챙기려면.

"거대 시장을 가진 미국이 TTP에서 빠졌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타 국가들이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6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중국도 그렇지만 한국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TTP, RCEP 등을 가릴 것 없이 무역 상대국을 확대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일 FTA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미국과의 양자 관계를 돈독히 하는 동시에 무역협정을 적극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4월 위기설' 미국의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미·중 간 환율 전쟁 등 커지는 대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면.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한국 기업에 가격 경쟁력이 생겨 대미 수출에 흑자를 낸다는 점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트럼프는 당선 후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국채금리가 오르고, 자본수요가 몰려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게 된다.

강달러가 되면 미국의 경상수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으니 환율 조작 등을 주장하며 중국이나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인과관계가 맞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입품에 국경세를 매기겠다고 주장한다. 수입을 줄여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환율조작과 별다른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고, 통상 정책도 오락가락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관된 환율 유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원·달러와 함께 원·엔화, 원·위안화 등을 함께 봐야한다. 엔화나 위안화 약세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자금 이탈도 생길 수 있다.

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보다 환율 안정을 걱정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한국은 아직 신흥국이기 때문에 엔화 약세로 자본 시장이 불안해지면 엔화 등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유로 경제보복에 나섰다. 화장품 업계 등 국내 기업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드 배치는 북한 미사일 방어용이란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치와 경제 이슈를 분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중국도 미국처럼 경제 측면에서 득과 실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경제보복으로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면 다수의 부품 업체들도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고용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완제품 비중이 큰 중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 의존도가 커 통상 문제가 생기면 피해를 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최근 중국에 화장품 수출이 많이 늘고, 중국 관광객도 급증하는 추세다. 사드 문제로 경제를 건드리면 양국 모두 '탈이 난다'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김정남 피살 등으로 더욱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개성공단도 폐쇄된 지 1주년이 됐다. 남북 경협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지금 단계에서 남북 경협은 거론할 때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는 것은 정권의 생존을 위해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의 통상적 고립주의와 목적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를 외면한 채 북한과의 경협은 불필요하다.

일단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을 때 한국이든 미국이든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남북 경협은 북한의 소프트웨어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한다. 경협을 통해 북한의 실체가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농촌진흥청에서 쌀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농사지을 수 있는 인력 100~200명을 보낸 적 있다. 고기를 그냥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표류하는 한국 경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대내적으로도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겹친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 보면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가장 주안점을 둘 부분은 5년, 10년, 20년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구조를 옮겨가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은 1980-1990년대 경제가 어려웠을 당시에도 애플이란 신 성장 모델을 발굴했다. 실리콘벨리도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한국은 수직적 기업 문화가 깨지지 않고, 규제라는 장벽도 많아 여전히 창업하기 힘들다. 대부분 나라가 100개 창업하면 그중 3~4개 성공한다.

우리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정보보호법 등의 규제를 완화해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소규모 업체라도 성장 가능성이 크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67세. 경북 예천.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학 석사.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10회.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장. 주OECD 대표부 경제공사.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 기획조정비서관. 초대 여성부 차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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