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늘 뒤에서 아티스트의 조력자로만 활약했던 프로듀서가 자신의 앨범을 발표하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도 있을 터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자신감 하나면 불안함이나 걱정 따윈 기우에 불과할거다. 여기, 데뷔를 앞둔 가수 이든이 그렇다.
가수 이든은 작곡가로 시작했다. 7년 전 2010년 프로 작곡가로 시작한 이든은 자신의 앨범에 약 1년 여의 시간을 공들인 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어쨌든 이든의 첫 인상은 범상치 않았다. 오랜 기간 가요계에 몸담고 있었던 경험 탓인지, 데뷔하는 신인 가수답지 않은 여유와 내공이 묻어났다. 이든(Eden)의 뜻은 프랑스어로 ‘낙원’ ‘천국’이라는 뜻이다. 우리에겐 익숙한 아담과 이브가 있는 ‘에덴 동산’과 같은 의미라 보면 된다. 에덴 동산에 있는 아담과 이브처럼 절제되고 군더더기 없는 음악을 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에덴보다는 강렬한 이든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일단 작곡가로서는 잔뼈 굵은 이든이지만 가수로서의 첫 걸음을 시작하는 소감이 궁금했다.
“우선 지금의 회사에 들어온지 1년 반 정도 됐습니다. 그 전에 저는 가수 할 생각이 아예 없었죠. 그저 ‘이든 비치’라는 팀을 결성해 앨범을 세 장을 낸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때도 앨범에 저의 가창곡은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저 프로듀서 겸 멤버로만 음악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남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드린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지금의 회사인 KQ프로듀스에 들어오면서 윗 분들이 저의 가이드곡을 들어보시더니 ‘너의 목소리로 풀어가는 감정선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서 가수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한마디에 저도 몰랐던 것들에 대한 갈망이 폭발한 것 같아요. 그래서 1년 반 정도의 시간도안 앨범 작업을 계속 했고, 어느 정도 제가 할 수 있음 음악과 색깔에 대한 확신이 서고 나서 이제 데뷔하게 됐어요. 매우 기쁩니다. 사실 시작 할 때 못해낼 줄 알았거든요. 그래도 사람이 ‘기대한다’고 하면 왠지 그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데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이든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믿음을 재차 드러냈다. 이든은 뮤지션이라면 자신의 음악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든의 소속사 KQ프로듀스에는 지난해 블락비 지코의 ‘보이스 앤 걸스’ 피처링으로 화제가 된 래퍼 베이빌론이 소속된 회사다. 1년 반 전 이 곳에 둥지를 틀고 음악 작업을 꾸준히 해오며 데뷔를 준비했다.
이든의 데뷔 앨범에는 총 두 곡이 수록 돼 있다. 모두 당연히 자신의 자작곡을 실었다. ‘그땔 살아’와 ‘스탠드 업’이다. 요즘 가요계에 보편화 돼 있는 피처링은 이든의 음악에도 담겼다. 먼저 타이틀곡이라는 ‘그땔 살아’에는 가수 권진아가 참여했고, ‘스탠드 업’에는 베이빌론이 지원사격했다. 특히 ‘그땔 살아’는 과거 자신이 겪었던 아팠던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며 당시를 회상하는 듯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슬픈 노래를 슬프게 들으려면 사실 부르는 사람은 담담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담담하게 부른 곡인 것 같아요. 헤어진 직후가 아닌 분노를 넘어 납득 단계에서 썼던 곡이었어요. 꽤 오래됐죠. 당시엔 ‘내가 이별했구나’ ‘사랑하지 않은 것 뿐이구나’하고 납득하고 쓴 곡이라 정서는 이별 노래지만 덤덤할 수 있었죠.”
아티스트로서의 이든은 가장 큰 강점은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자신감)없으면 음악을 못해요. 들인 시간에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아티스트가 자신의 앨범을 내는 것에 있어서 자신이 없으면 음악이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 스스로는 납득을 시켜야 하죠. 제가 만약 나와서 대중들에게 음악이 외면당한다면 그것 또한 제가 감당해야 할 일이지만 스스로 음악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 안 되는 거죠. 대중들이 들어주지 않는 건 이미 수많은 프로듀서 시절을 거치면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이든의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남자 솔로 가수들이 몇 있을 것이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크러쉬 딘, 지코 등이다. 이든의 음악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듯 하지만 그들과 걸어가는 길은 확연히 다르다고 단언한다.
“전 저보다 어린 아티스트 중에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을 꼽으라면 지코로 자신 할 수 있어요. 지코는 그 세대들의 음악을 이끄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음악을 향한 에티튜드, 실력, 노력 이 모든 부분이 굉장한 뮤지션이죠. 그러나 저와 지코가 가는 길이 너무나 달라요. 크러쉬와 딘 모드 요즘 세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감성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죠. 정말 세련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에요. 그러나 그 친구들과 저는 가는 길이 확실히 달라요. 그 친구들은 US 기반의 힙합과 알앤비지만 저는 UK 기반의 힙합과 알앤비거든요. 그들이 풀어내는 음악적인 메시지나 가사, 키워드는 제가 풀어내는 것들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떤게 더 좋다는 게 아니라 그 친구들은 센스 있고 풋풋한 가사를 쓴다면, 저는 더 깊이있는 가사를 쓸 수 있죠. 초콜릿 같은 거라 생각해요. 초콜릿을 즐겨먹지 않는 사람은 있지만 누구나 먹어도 달고 맛있잖아요. 듣기 좋은 음악에 제 색깔을 입히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 제게 맞는 음악적인 색깔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든의 성향과 색은 분명했다. 그는 힘들게 음악했던 시절의 이야기는 오히려 자신의 음악에 담지 않는다고 했다.
“음악에 저의 노력이나 야망을 푸는 걸 성격상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 사생활이잖아요. 물론, 이별이나 즐거웠던 일, 설렜던 일 같은 경험에는 빗대어 쓰는 건 맞는데 물 밑에서 발버둥 친 경험은 안 쓰고 싶더라고요. 제 성격이에요. 땀 냄새 나는 음악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혼자 간직하고 숭고하게 갖고 싶어요.(웃음) 보통은 음악 쓸 때 책을 많이 읽거나 영화, 드라마를 많이 봐요. 거기서 음악적인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이든의 음악적 완성은 어릴 적부터였다. 시작은 부모님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는 것부터였지만, 비틀즈 음악을 들으며 성장해왔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음악은 비틀즈, 콜드플레이, 오아시스에서 비롯됐다고 자부했다. 스펀지처럼 음악을 빨아들이던 시절, 그의 인생은 ‘음악’으로 결정됐다.
이미 작곡가로서는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이든에게 가수는 그의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다. 가수로서의 데뷔를 앞둔 이든은 자신을 싱어송라이터라 불리길 원했고, 음악에 대한 확고한 소신도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는 가수와 프로듀서를 따로 나눠요. 둘 다 아이덴티티가 다르거든요. 제 음악에서는 온전히 제 음악을 보여준다면 프로듀서로서는 조금 더 공격 적이죠. 계속 던져요. 콘셉트 회의부터 즐겁죠. 음악은 제가 풀 수 있는 욕망의 창구라 생각합니다. 어떤 프로듀서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신다면 ‘저 친구에게 곡을 받으면 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걸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은 제 음악을 들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보여드릴 음악이 많거든요. 음악으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더 떳떳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