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경영 정상화' 대책을 쏟아내 최선을 다해 피해를 복구, 상당수 기업이 개성공단 중단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거나 회복 중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피부로 느낄만한 보상대책은 찾을 수 없다며, 5000여 개 협력사와 그 종사자들에게까지 퍼진 피해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현재까지 폐업한 기업 없다"... 통일부, 합리적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지원
9일 통일부에 따르면 123개 개성 가동기업 가운데 조사에 응답한 91개사의 2016년도 평균 매출액은 공단이 중단되기 이전인 2015년도 매출액의 79% 수준으로 파악됐다. 매출 수준이 2015년도의 70%를 넘어서는 기업은 47개사이며, 2015년보다 매출이 높아진 기업은 18개사(19.8%)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개성공단 중단 당시 가동 중이었던 123개사 가운데 92.7%인 114개 기업이 현재 조업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78개사는 자가 보유 공장을 통해 가동 중이고, 36개사는 자가 공장이나 재하청 방식을 통해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폐업한 기업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성공단 중단 당시 개성에만 생산시설이 있었던 기업(45개사)은 상당수 기업이 재하청 방식에 의존하고 있고, 8개사는 거래선 이탈 등으로 인해 조업이 중단된 상태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개성공단 입주기업 경영정상화 요원... '보상특별법' 제정 요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무이자대출 성격의 정부 지원으로는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가 요원하기만 하다며 '보상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을 급작스레 중단해버린 것은, 북핵 등 기타 여하의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명백한 대북정책의 실패라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는 개성공단 기업이 1조5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측은 개성공단 기업 신고 피해액(9446억원) 가운데 전문 회계법인 검증을 통해 확인한 피해액은 7779억원이라며 이 가운데 52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 2017년 1월 말 현재 5013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규대출 2726억원, 대출상환유예 4552억원, 세제지원 797억원, 국내 대체생산을 위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170억원, 고용유지지원금 39억원 등 기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분야별 지원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측은 정부의 지원방안은 정책대출과 경협보험금을 포함한 무이자대출 형식의 지원이라며 기업이 겨우 숨만 쉬게 하고 실질피해보상은 법이 없어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대위원장은 "정부 지원은 피해액 대비 3분의 1 정도의 무이자대출 성격의 지원"이라며 "우리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길이 요원해지고 있다. 정부가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게 마땅하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통일부는 영업손실과 같이 향후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기대 이익과 위약금·미수금 같은 간접적 피해까지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들이 요구하는 확인된 피해 100% 지원은 기존의 남북경협을 위한 보험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경영 외적인 이유로 피해입은 입주기업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방법은 정부가 내세우는 경협보험뿐이다. 이렇다 보니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부득불 보상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춘석 남북관계개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를 구제할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어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보상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 개성공단 재개... 정부 "북한 비핵화 진정성 보여야" vs 학계 "공단 재가동으로 관계 개선부터"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두고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이 북한의 핵 도발에 기인했으므로,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논의되기 위해서는 북핵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일부 측은 "국제사회가 하나의 목소리로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는 만큼, 지금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압박 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열게 되는 첩경"이라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자신이 만든 폐쇄 매뉴얼을 무시한 채 정상적인 개성공단 폐쇄 절차를 밟지 않아 남은 문제들이 적지 않다며 북핵 문제 또한 외교적인 문제로 논리적이지 않으므로 개성공단 재가동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비핵화는 하나의 과정이다. 개성공단은 비핵화의 출구가 아니라 입구에서 열려야 한다"며 "당연히 관계가 악화되면 핵 문제의 해결은 멀어진다. 관계의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고, 외교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