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로스쿨은 일반 서민들이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등록금과 입학 전형에서의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여론은 힘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었다.
지난 해 말부터 두 달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까지 이끌어낸 촛불집회는 단지 최순실 국정 농단 때문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ㆍ학사 특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특권층의 타락상 등도 최순실 국정 농단 못지않게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은 사법시험 존치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사법시험 존치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며 로스쿨을 옹호했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사법시험 존치 반대 이유로 내세운 것들이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는 것.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시험 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로스쿨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다시 국가정책을 뒤집어 사법시험으로 되돌아가자고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정부에서도 기존의 정책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정책을 바꾸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리고 현 야권은 지난 2012년 초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주장했는데 한ㆍ미 FTA를 처음 시작하고 체결한 것은 현 야권이 여당이던 참여정부였다.
또한 고시생 모임은 7일 성명서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로스쿨을 만든 참여정부 사람이란 이유로 기형적인 음서제 로스쿨을 옹호하고 국민이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사법시험을 폐지하겠다는 주장은 비겁하며, 옹졸하고, 위선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러한 논리라면 사드 배치를 추진한 사람에게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고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떻게 했는가?”라며 문재인 전 대표가 국가 간 합의인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입장이 오락가락했음을 지적했다.
한ㆍ미 FTA나 사드 배치는 주로 보수 진영이 지지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사법시험 존치를 반대하면서 한ㆍ미 FTA나 사드 배치에 대해 보인 태도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의 사법시험 존치 반대는 단순히 사법고시생들 뿐만 아니라 보수층의 반발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7일 문재인 전 대표의 사법고시 존치 반대에 대해 "미래세대에게 대한민국의 계층간 이동사다리를 걷어차 버리고, 지금의 양극화 사회를 보다 공고히 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