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김온유 기자 = 고시생 박규민(가명·29)씨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의 단골 고객이다. 혼자 앉아서 식사를 해도 될 뿐 아니라 사람이 북적 거리는 분위기 덕에 잠시 답답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어서다. 그러나 최근 맥도날드 등 주요 햄버거 업체가 가격을 줄줄이 올리면서 이전만큼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하지 못하게 됐다. 햄버거 가격 인상이 밥먹는 즐거움을 누릴 소박한 여유도 앗아간 셈이다.
박 씨는 "실제 가격 인상분이 부담스러운 액수는 아니지만, 한 달 소비 금액을 정해놓고 생활하기 때문에 총액을 계산해보면 더 저렴한 메뉴를 선택하게 된다"며 "가뜩이나 돈을 버는 형편도 아니기 때문에 편의점 도시락을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도시락은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매장 한편에 서서 먹거나 고시원에서 먹기 때문에 '식사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곤 한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요즘엔 거의 테이크 아웃을 전문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소규모 매장에서 커피를 마신다"며 "후배들을 여러 명 볼 때는 커피숍에서 보자고 하기가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시간이 날 때 커피숍을 방문하던 일과도 자연스럽게 생략됐다.
카페 매장 내부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대학교가 방학 이긴 하지만 대학원생 조 씨에 따르면 주변 동기들도 굳이 카페에 가는 대신 교내 건물을 이용하며 '용돈'을 아끼는 중이다. 그는 "커피 한 잔을 사먹는데 6000원이 넘는 매장도 있다"며 "저렴한 학생용 급식 2번을 먹을 수 있는 액수인데 음료수 몇 모금과 맞바꾸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청년 먹거리 가격이 오르자 가볍게 사 먹을 수 있는 햄버거와 휴식을 즐기던 카페 문턱이 높아졌다. 지난해 말부터 주요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청년 먹거리까지 가격인상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재료비·임대비·인건비 등 운영비가 상승했다는 게 가격인상을 단행한 기업들의 명분.
문제는 물가 상승이 청년의 실업과 생활고랑 맞물려 있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이다.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다. 반면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면서 고용 절벽 현실이 고착화됐다. 20대 청년층 일자리는 지난해 6월 13만1000개, 7월 8만8000개, 8월 5만6000개, 9월 4만1000개, 10월 3만1000개 등 감소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 청년들은 지출 중 식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 또한 갈수록 높아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생활비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연애, 결혼, 인간관계 등을 포기할 처지에 놓인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장래를 더 어둡게 보고 있다. 부모 세대보다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실제 '2017딜로이트 밀레니얼 서베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밀레니얼의 경제 낙관지수는 -1%를 기록했다. 마이너스는 앞으로 경기를 어둡게 본다는 의미다. 순위도 20위로 하위권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를 비관적으로 내다본 국가는 7곳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정치·경제적인 혼란을 겪으면서 비관적인 시각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됐다. 최순실 국정 논란에 대외적으로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중국발 무역전쟁 등이 거세게 불면서 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로 2년 연속 2%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낮은 2% 초중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청년이 소비 역할보단 경제활동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는게 우리사회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청년들이 갈수록 사회생활에 진입하지 못하고 퇴보되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청년들이 장기간 일자리가 없는 가운데 주로 애용하는 먹거리 품목까지 오르면서 청년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며 "정부의 복지정책에 50대 중장년층 일자리는 늘었지만 청년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게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