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P2P 대출 규제, 상생 원칙에서 논의돼야

2017-02-06 17:35
  • 글자크기 설정

[임재천 아주경제 금융부장]

개인적으로 P2P 대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전하게 경영한다면 미래 금융의 한 축으로 충분히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컸다.

이런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P2P 대출업체 CEO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기업이나 조직은 경영자가 어떤 철학을 가지느냐에 따라 그 방향성과 확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던 P2P 대출 업체 CEO는 생각보다 젊고 스마트했다. 대학에서의 전공도 금융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대신 IT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높았다. IT와 통계에 금융을 접목시킨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만났던 CEO는 30대 은행원 출신이었다. 다른 P2P 대출업체 CEO들보다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정할 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대한 속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몇몇 CEO들을 만나 봤지만 애초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열정이 가득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도 컸다.

세상에서 가장 바쁘다는 CEO들과 직접 만난 이유는 간단했다. 대화를 통해 이들의 인성, 즉 마인드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칫 새로운 비즈니스라며 대책 없이 볼륨만 키웠다가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두 번의 만남으로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스타트업 기업으로서의 도리는 다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잘만 한다면 P2P 대출이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사실 P2P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와 대출자의 상호 신뢰다. P2P 대출은 대출신청인이 P2P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등의 플랫폼에 대출을 신청하면, 다수의 투자자가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빌려주고 정해진 기간 동안 이자를 얻는 방식이다. 돈을 가진 사람이 직접 돈을 빌려줄 사람을 선택하고, 그 사람에게 얼마를 빌려줄 것인지 금액도 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P2P 대출업체는 은행처럼 신용 정보를 투자자에게 공개해 투자를 모집한다. 상환일이 되면 일정 이자를 포함한 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역할도 한다.

프로세스가 간편하고 수익률이 높다보니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 은행권에서 대출받지 못했던 저신용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연 20~30%대의 저축은행·대부업체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던 이들이 연간 10% 안팎의 P2P 대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의 눈초리도 매서워지고 있다. 대출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P2P를 사칭해 돈을 모아 몇 차례 수익금을 돌려주다 달아나는 다단계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칼을 빼들었다. 투자 한도를 회사당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개인 간(P2P) 대출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이다. 이번 달부터 바로 시행하고, 하반기부터는 현장 조사도 직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P2P업체들은 반발했다. 고액 투자자 의존도가 큰 업의 특성상 1000만원 한도 제한은 직격탄이라는 주장이다. 신규 투자액도 1/4로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 CEO는 "미국에서는 투자자 자격을 '연간 총소득과 순자산이 각각 7만 달러 이상'(캘리포니아 주, 켄터키 주 제외) 등으로 제한하고 있고 중국은 개인 총대출 한도는 100만 위안, 기업 한도는 500만 위안으로 정했다"며 글로벌 현황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시장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투자자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소비자 피해 최소화가 먼저인지, 새로운 산업 육성이 우선인지를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거대 핀테크 기업들을 육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규제가 발목을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의 금융 산업은 매우 낙후돼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핀테크 산업은 아프리카의 휴대전화 보급에 비유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유선전화도 없던 아프리카에 전화라는 개념을 건너뛰고 바로 스마트폰이 생긴 것처럼 중국 금융 시스템도 단계를 밟지 않고 한 번에 도약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성인 5명 중 1명은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금융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급증한 탓에 미처 그에 맞는 규제가 생길 틈이 없었던 것이다. 즉 금융 시스템 부재가 규제의 부재로 이어져 핀테크 산업이 자유롭게 성장하는 토양을 만든 것이다.

규제 수위에 대해 금융당국과 해당 업체들은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협의는 정당하지 않다.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지금보다 더 현명한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젊고 의욕적인 CEO들의 열정에 생채기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