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유선준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기업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됐지만 특검팀이 대기업 수사 의지를 보임에 따라 어떻게 관련 수사가 진행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무산됐지만 삼성 수사를 곧 마무리 짓고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삼성 이외에 대기업이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의혹의 중심은 2015∼2016년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설립·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자금 출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모두 774억원이고 돈을 낸 대기업은 53곳에 달한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LG, GS, 한화 등 16개 그룹 소속 기업들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들 그룹의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에 모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초점은 국민연금이 2015년 7월 청와대의 압력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과 같이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을 전후로 정부가 기업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정황이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 다음으로 특검팀의 수사 대상으로 꼽히는 SK의 경우 박 대통령이 2015년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사면을 고리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을 요구한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5년 7월 24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단독 면담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함께 최 회장의 사면 문제를 논의했다.
롯데도 면세점 인허가 등 현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거래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 CJ는 지난해 이재현 회장의 광복절 사면이 부정한 거래의 결과로 의심된다.
특검팀은 이들 기업들의 범죄 사실을 자세히 살피고 관련 총수 등 임원진을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SK, 롯데, CJ 등 대기업들은 당장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다만 기업별로 특검팀의 의혹 제기 사안이 다르고, 추후 어떤 식으로든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특검의 칼날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이 부회장 영장 기각과 관련 “한국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일가에 대한 영장 기각은 안도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재단에 거액의 기금을 출연한 직후 한차례 입찰에서 떨어져 대가성이라고 보기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특검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추후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기 어려워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사면에 대한 청탁용으로 거액의 재단 출연금을 냈다는 의혹에 관련해 “건강상의 문제로 사면을 받은 것이지, 청탁성으로 보기 힘들고 여러 의혹도시점적으로도 말이 안된다”고 부정했다.
CJ그룹은 그러면서 이날 서울중앙지법이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 종용 의혹을 받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재판에 손경식 회장과 이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두고 난감함을 토로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런 증인 채택 소식에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라며 “특검 수사와 함께 여러 사안이 맞물리면서 그룹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