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청와대 비밀 문건을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에게 넘겨준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이 2차 공판에 출석해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에 대해선 애매모호하게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고, 재판부가 판단해 달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 총 47건을 최 씨에게 이메일 또는 인편으로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공소사실은 대체로 인정하고 검찰 진술도 인정한다"면서 "법률적 개념과는 별개로 일반인 시각에서 공모라고 하면 뭔가 둘이 짜고 계획적으로 나쁜 일을 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께서 최 씨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라고 말씀하신 건 맞지만, 건건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9일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는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거나 공모했다는 부분에 대해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비서관은 특히 "대통령께서 국정운영 하시는 데 있어서 무언가 잘 해보려고, 본인이 한 번이라도 더 체크해보려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비밀 문건을 넘겨준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을 잘 보좌하기 위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는 "저 역시 대통령께서 일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잘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일 뿐"이라며 "공모해서 그렇게 했다는 말을 들으면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자신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정 전 비서관 측은 박 대통령과의 공모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겼다. 정 전 비서관 변호인은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이 사실상 공모에 해당 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사실 관계를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선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비서관이 공모 개념에 대해 일반인 인식과 법률적 판단이 헷갈려 혼동이 있었지만, 본인의 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전 비서관 변호인은 이어 "박 대통령께서 최 씨의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해 정 전 비서관이 문건을 전달하는 식으로 의견을 들은 것"이라며 "개벌 문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최 씨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은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2차 공판을 시작 30분 만에 종료했고, 내달 16일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