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태근 기자=2016년 연말 중국 영화계 양대 거장인 장이머우(66) 감독과 펑샤오강(58) 감독이 출품한 신작이 박스오피스 시장을 휩쓸었다. 두 사람은 복잡하고 다원화한 중국 영화시장에서 부단한 혁신과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으로 예술의 생명력을 연장 중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시장화 개혁 속에서, 특히 영화 시장이 불황기에 빠졌을 때 장이머우와 펑샤오강은 천카이거 감독과 함께 중국 영화발전을 이끄는 삼두마차로 활약했다.
장이머우와 펑샤오강은 서로 다른 창작동기와 영상 스타일로 중국 영화감독의 브랜드를 높이고 흥행신화를 써내려갔다.
두 사람의 창작 생애를 보면 모두 부단한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고, 창작 방면에서 미학, 사상, 가치관 등 방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이로써 장이머우와 펑샤오강은 오늘날 영화인들의 예술적 탐구와 주류 영화시장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펑샤오강의 영화의 특징은 매우 현실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초기작인 ‘이쪽저쪽('원제:甲方乙方), ‘휴대폰’부터 최근의 ‘집결호’, ‘탕산대지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현실에 대한 풍자로 일맥상통하다. 특히 신작 '나는 판진롄이 아니다'(원제: 我不是潘金蓮)는 현실주의를 실험적인 미학으로 포장함으로써 운치와 교훈을 더했다.
영화 ‘나는 판진롄이 아니다’에서 감독은 독특한 창작 스타일을 선보인다. 오늘날의 중국을 모순된 공간체로 축소시킨 영화는 미학적으로 주류 영화화면의 표준을 타파하고, 소재 면에서는 상식을 뛰어넘었으며, 내용 표현 방식에서도 고정된 격식에서 탈피하는 이른 바 창작의 힘겨루기 속에서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사색을 고집했다.
영화가 현실과 창작의 자유 사이에서 교묘하게 균형점을 이룰 수 있는 것은 펑샤오강이 형식과 서술 등 다방면에서 완성도를 높인 덕분이다. 이런 영리한 소재 선택과 땀흘린 노력으로 펑샤오강은 예술의 꿈을 완성시키고 다양한 국제적인 무대에서 널리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 정통 예술 영화 메커니즘 아래에서 영화인들의 '탈 개인화', '상업화'를 대표한다.
장이머우의 신작 '더 그레이트 월(원제:長城)은 작가적 기질에 반기를 든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에 ‘중국 이미지’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치러야 하는 대가라 할 수 있다. 장이머우 감독에게는 중국 5세대 영화감독의 대가, 중국식 대작의 개척자, 올림픽 개막식의 감독 등이라는 타이틀이 항상 따라붙는다. 이는 그가 중국의 문화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큰 인물인지를 보여준다. 그가 중국의 '문화대변인'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관객들의 '더 그레이트 월'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장이머우는 중국 대륙에서 최초로 할리우드와 A급 상업영화를 공동 제작한 감독으로, '더 그레이트 월'은 오늘날 미·중 양국이 만든 영화 중 최대 스케일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다. 하지만 ‘더 그레이트 월’ 제작 과정에 나타난 미국 할리우드의 입김에 따른 감독의 권력 제약, 할리우드의 문화적 우월감에서 비롯된 동서양 문화 차별은 미중 양국이 앞으로 영화를 공동 제작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갈등의 초점이 될 것이다.
오늘날 중국 영화산업의 복잡한 사회적 예술적 환경에서 볼때, ‘더 그레이트월’과 ‘나는 판진롄이 아니다’는 예술·기술·자본·권력·정치·시장간 복잡한 힘겨루기 속에서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중국 영화계 거장이 추구하는 방향이 서로 다름을 보여주는데, 이는 두 사람의 과거 창작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장이머우 감독이 데뷔하던 1980년대 중국 영화계는 이상주의로 넘쳐났다. 5세대 감독들은 자연스럽게 예술 르네상스의 기치를 내걸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펑샤오강 감독은 1980년대 중반에에야 영화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스타일은 5세대 감독들와 달랐다. 그는 창작에서 통속 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은 탓에 영화에는 일반 서민들의 정취가 넘쳐난다.
1990년대 들어 대중 상업문화가 점차 주류를 이루면서 펑샤오강은 다른 5세대 감독들보다 더 쉽게 시장화 전환을 완성했다.
특히 1994년은 장이머우와 펑샤오강의 예술 생애에서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장이머우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예술영화의 절정을 달리고 있을 때, 펑샤오강은 ‘내 사랑을 잃다(원제: 永失我愛)’을 통해 드라마에서 영화로 장르를 전환하며 문학소년 식의 애절한 스토리로 시장의 인기를 누렸다.
이듬해 내놓은 신작 ‘이쪽저쪽’으로 ‘펑샤오강표 코믹’ 스타일을 구축한 펑샤오강은 중국 대륙에서 처음으로 새해 연휴에 맞춰 신작을 개봉하며 중국 영화계에 '새해 대목시장'도 새로이 개척했다. 중국 영화계가 상업화하면서 시장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장이머우와 펑샤오강 두 영화계 거장은 모두 상업 영화와 시장 자본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 주었다.
다만 예술성과 상업화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이는 두 영화계 거장이 직면한 도전이자 중국 영화계가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가 될 것이다.
기사: 인민일보 해외판 보도
정리, 번역: 김태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