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 4곳 대출금만 5000억..."30여곳 더 있다"

2017-01-0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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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육류담보대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수조원대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아직 창고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보세 및 일반 냉동창고는 총 40곳이다. 규모별로 ▲5000평(16528.9256㎡) 이하 25개 ▲5000평 이상 10개 ▲1만평 이상 5개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3~4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창고가 보세창고"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조사가 이뤄진 보세 냉동창고는 신우냉동(6000평), 키스톤CS(4200평), 선화CS(4000평), 우일산업(3700평) 등 총 4곳이다. 이곳에서만 총 5056억원 규모의 대출이 확인됐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12월 기준으로 3803억원이다. 이 중 75%인 2837억원이 연체됐다. 선화CS와 우일산업의 냉동창고에서 280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돼 있다 보니 이동상의 편의를 위해 육류 냉동창고 주로 경기지역에 몰려 있다"며 "나머지 36곳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면 피해 규모는 조 단위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보세 냉동창고는 치외법권

피해 금융사들은 이번 사건이 육류 유통업자와 창고업자의 공모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다.

수입된 육류는 일반 냉동창고가 아니라 보세구역을 운영하고 있는 냉동창고에 보관된다. 통관되기 전의 외국 화물을 설치하거나 가공 · 제조 · 전시 등을 할 수 있는 장소다. 보세구역에서는 세관장이 물품의 반출입·작업 등을 통제한다.

피해업체 관계자는 "특수한 보세구역인 냉동창고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냉동창고업체나 직원이 개입됐을 확률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냉동창고업자는 물건이 팔리기 전까지 자금을 유동화 해야하기 때문에 여신을 제공받기 원한다"면서 "드러나지 않은 다른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더 많을 수 있고, 수입육이 아니라 다른 동산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창고업자는 어떤 담보에 몇 개의 대출이 잡혔는지 모른다는 말을 되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끼리 합의를 통해 물건 회수를 요청하라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피해를 입힌 창고업자가 피해자인 금융회사를 압박하는 모양세"라고 지적했다.

◆ 피해 금융사 채권단 구성했지만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피해업체들은 채권단을 구성했다. 동양생명은 채권단에서 빠졌다. 담보 설정일이 가장 빠르다고 판단하고 독자행보를 결정했다. 만약 양도담보대출에서 선순위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동양생명의 대출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비율별로 대출금을 안배한다고 해도 유리한 상황이다. 

육류담보대출로 인한 사기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같은 일이 여러차례 있었다"면서 "다만 이번에는 피해 금융사도 많고 대출 규모도 커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허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2년 6월 동산담보대출 개선을 통해 유형자산, 재고자산, 매출자산, 농축수산물 등의 동산도 등기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동산담보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담보물에 대한 가치평가가 애매한 데다 아파트나 토지처럼 경매 등을 통해 처분할 수 있는 시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동산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 담보 추적이 어렵고 가치가 훼손·소멸될 수 있다. 담보제공 및 제3자 선의취득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 같은 이유로 동산담보법은 시행 이후 1조원 규모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관행대로 등기 떼지 않는 양도담보대출을 이어왔다. 대출기한이 보통 3개월 미만으로 짧지만 연금리 6~9%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금융사 관계자는 "2금융권에서 예전부터 양도담보성대출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냉동창고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운용해 왔다"며 "냉동창고에서 이런 사기행각을 벌일지 상상조차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의 담보에 중복대출이 이뤄졌지만 법적 근거가 되는 등기가 없어 법적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피해 금융사들은 실사 결과에 상관없이 대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변호인단을 꾸리는 등 줄소송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실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다"며 "사태를 빨리 수습하기보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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