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동영상] 라틀리프 “태극마크 달고 한국서 은퇴하고파”…‘귀화 발언’ 진짜 이유(인터뷰)

2017-01-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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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발언 이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서울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 사진=서민교 기자]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용인) =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가대표로 뛰는 KBL 최정상급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28·199.2cm·서울 삼성)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열렸다.

새해 벽두부터 농구계가 뜨겁게 달궈졌다. 지난 1일 삼성과 KCC의 경기 직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선 라틀리프의 한 마디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라틀리프는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패스포트(Passport)”라고 답했다. 다시 해석하면 “한국 여권을 원한다”는 짧고 굵은 한 마디였다.

농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물론 이상민 삼성 감독도 전혀 몰랐던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다. 심지어 라틀리프의 에이전트조차 기사를 보고 확인할 정도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라틀리프는 2012-2013시즌부터 KBL 무대를 밟았다. 울산 모비스에서 3시즌을 뛰며 KBL 최초로 3연패를 이끌며 ‘우승청부사’로 정상에 우뚝 섰다. 이후 지난 시즌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 사이 한국에서 딸 레아도 태어났다.

KBL 출범 이후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무대를 밟았지만, 혼혈 선수가 아닌 외국인 선수가 귀화를 한 사례는 없었다. 다만 대한농구협회에서 애런 헤인즈(고양 오리온)의 귀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적은 있다. 하지만 유야무야 무산됐다.

라틀리프가 실제로 귀화를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있다. 현재 일반귀화는 체류기간 5년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다음 시즌까지 삼성에서 뛰면 이 기간을 채울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한은 특별귀화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에 앞서 중요한 건 라틀리프의 ‘귀화 발언’에 대한 진정성이다. 라틀리프의 진짜 속내를 듣기 위해 3일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라틀리프를 직접 만났다.

라틀리프는 매우 진지했다. 그는 “내가 귀화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명확하게 말했고, “진심으로 한국 국가대표로 뛰길 원하고, KBL에서 계속 뛰다 은퇴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와의 일문일답

▲1월1일 경기 후 ‘패스포트’ 발언이 큰 화제가 됐다. 알고 있나.

알고 있다. 그때 KCC 경기 이후 미디어 룸에서 올해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와 정말 진실하게 한국 국적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 말을 하고 나서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한국 언론에서 나온 기사들을 번역기를 돌려서 읽었는데, 큰 이슈가 돼 있더라.


▲평소 성격이 매우 진지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가볍게 던진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놀랐다. 정말 진정성 있게 한국 국적을 원하는 것인가.

100% 진심이다. 한국에서 5년 동안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겼다. 한국에서 딸도 태어났다. 될 수만 있다면 여기서 은퇴할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귀화를 해서 여기서 뛰고 싶은 것이 진심으로 목표다.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귀화를 하고 싶은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동영상)

KBL은 내가 뛴 첫 번째 프로 리그다. 5년 동안 KBL에서 활동하면서 8~9개월은 한국에 있었고, 미국에서는 2개월 정도만 머물렀다. 다른 리그는 필리핀에서만 잠깐 뛰었다. 웃기겠지만,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오래 살다보니까 진짜 집 같다. 미국이 첫 번째 집이라면, 한국은 두 번째 집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딸도 귀화 결정을 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으로부터 국가대표 추천을 받은 적이 있나.

모비스에 있을 때 귀화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유재학 감독이 한 번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땐 진지하게 그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그때부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귀화가 현실로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기회를 만들고 싶고, 꼭 잡고 싶다.
 

[사진=유로바스켓 캡처]

▲(이때 라틀리프가 휴대폰으로 유로바스켓에 표기된 자신의 국적을 보여줬다. 유로바스켓의 라틀리프 국적은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표기돼 있다) 2014년 모비스 소속으로 대만 존스컵 대회에 참가한 이후 귀화에 대한 생각이 본격적으로 든 것인가.

존스컵 이후 내 국적이 미국과 한국으로 동시에 표기돼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또 모비스에서 뛸 때 일본을 이긴 적이 있는데 팬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을 이겨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았다. 그러면서 ‘왜 귀화 선수로 뛰지 않냐’라는 질문도 해 신기했다. 대만에서도 팬들이 많이 응원을 해주면서 ‘한국 국가대표로 뛰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런 것들이 동기부여가 된 것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영향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미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던데.

(웃음) 그건 농담으로 한 말이다. 어차피 우리 가족들은 한국에 있기 때문에 피해를 줄 일도 없고, 별로 신경 안 쓴다.

▲귀화를 하고 싶은 이유 중 국가대표와 KBL에서 뛰고 싶은 것 중 무엇이 더 크다고 생각하나.

둘 다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BL에서는 이미 5년 동안 뛰고 있고, 여기서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다. KBL 다른 팀들도 나를 좋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뛰는 것이 좋다. 또 존스컵 이후 한국 국가대표로 뛰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국가대표로 뛰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라틀리프 귀화한다면' KBL에서 국내선수일까, 외인일까?’라는 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 부분에서 대해서는 KBL도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어떤 자격으로 뛰길 원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 국적을 얻는다면 물론 국내선수 자격으로 뛰길 원한다. 하지만 난 부모가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에서 태어났다. 리그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국내선수 자격으로 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문태영처럼 농구 외적으로 한국인 시민권을 받아 정착 생활을 하고 싶다. 국가대표로도 당연히 뛰고 싶다. KBL에서도 국내선수로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KBL의 현실도 충분히 이해한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에도 외국인 선수 자격으로 계속 KBL을 뛰게 되면 지금과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나.

이해할 수 있다. 감당할 수 있다.

▲아직 귀화 절차가 진행된 것은 없다. 일단 진정성 있는 마음을 확인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다면 어떤 마음으로 코트에 나서겠는가.

국가대표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중국과 이란 등 좋은 팀들을 이겨서 우승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목표에 대한 약속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뛰고 열심히 리바운드를 잡고 꾸준히 연습할 것이다. 국가대표로 뛰더라도 가장 먼저 연습을 하러 나가고 가장 늦게 나오는 선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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