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합병 찬성 압력' 의혹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이대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법원의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삼성 후원금 강요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검팀이 21일 공식 수사 기간 시작 이후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처음이다. 문 전 장관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던 중 전날 오전 긴급체포됐다.
문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또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모철민 주프랑스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공개 소환했다. 모 대사는 특검 소환에 따라 전날 오후 프랑스에서 귀국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6일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부서를 비롯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2013년 3월∼2016년 4월),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을 시작으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최초로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를 찾고자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같은 날 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평창동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김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정무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로 전달됐다는 직권남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특검팀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학 과정 등에서 각종 특혜를 제공한 의혹에 휩싸인 이화여대와 대한승마협회를 이날 오전 전격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의 연구실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관계자들의 주거지, 대한승마협회 사무실 등 총 10여곳에 수사진을 보내 정씨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대는 지난달 22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총장실과 입학처 사무실, 교수 연구실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다시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이날 최씨의 이복 오빠인 최재석씨도 특검팀에 출석했다. 최씨는 특검팀에 최 씨 일가의 재산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씨와 김 전 차관, 최씨 조카 장시호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최씨 측은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사건과 마찬가지로 삼성 후원금 강요 부분도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동계스포츠 영재 육성과 저변 확대를 위해 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김 전 차관에게 후원할 곳이 있으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다"면서도 "후원금을 정하거나 기업을 특정해 후원을 받아 달라고 한 적은 추호도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 전 차관, 조카 장씨와의 공모 관계도 부인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삼성 후원금'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은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김 전 차관이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과 "영재센터에 관해 얘기를 나눈 바 없다"며 "불이익을 우려해 후원금을 냈다는 김 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