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게임업계의 선장’ 쉬이란, 화룡(畵龍)에 점정(點睛)을 찍다

2017-01-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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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민화보 궈샤샤(郭莎莎) 기자]


인민화보 왕자인(王佳音)  기자 =11월 4일 오후 6시, 베이징 798예술단지에 위치한 ‘360빌딩’은 여느 때처럼 분주한 모습이었다. 테스트에 몰두하거나 휴게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직원, 프로그래밍에 여념이 없는 직원 등 일하는 모습도 다양했다. 글로벌 게임사 ‘치후(奇虎)360과기유한공사’ 산하 ‘360게임사업부’ 쉬이란(許怡然) 총괄과의 인터뷰는 소회의실에서 이뤄졌다. 기다리는 동안 잠시 회의실 옆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사무실 책상에는 각종 서류와 게임기기가 가득했다. 컴퓨터 위에 적어도 56인치는 족히 되어 보이는 모니터가 눈에 띄었다. 한 구석에는 소파가 있었다.
잠시 뒤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쉬 사장이 들어오며 안경을 벗더니 가볍게 눈을 비볐다. 그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회의가 좀 늦게 끝났네요. 바로 시작하시죠.” 그는 인사말을 생략하고 즉각 본론으로 들어갔다.
칭화대 캠퍼스에서 자라난 개발의 꿈
그는 칭화(淸華)대학교에서 정밀기계와 자동화시스템 복수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홍콩 중문(中文)대학교 MBA 석사이기도 하다. 360게임사업부(이하 360게임)사에 입사하기 전 게임회사를 창업한 적도 있고 중국과 해외의 여러 대기업의 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중국의 유명 포털사이트 소후(搜狐), 게임회사 자이언트(巨人),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 및 청소용품을 취급하는 퍼펙트(完美)사, 인터넷 멀티미디어 서비스사인 리얼네트웍스(RealNetworks), ‘피파 온라인 3’ 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닉아츠(EA)사 등 국내외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별자리로 따지면, ‘쌍둥이 자리’ 사람의 특성 그대로 그는 어떤 일에 골몰하기를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만든 발명품 가운데 특허를 신청한 것만 3 개가 넘는다. “천성이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에요. 늘 이런저런 궁리를 하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를 하는데, 이렇게 하나 둘 쌓인 노트가 벌써 한 무더기예요. 아이디어들을 다 합치면 수천 개도 넘을걸요. 어떤 날은 하루에 수십 개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어요.”
칭화대 자동화시스템학과에 다니던 시절 같은 대학 정밀기계과의 한 교수가 어느날 그를 불러 정밀기계 석사 전공을 밟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 교수는 쉬 사장이 중학생 때 참가했던 전국 발명대회의 심사위원이었다. 당시 그를 눈여겨 보았던 교수는 그를 제자로 삼아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려 했다. 그런데 자동화시스템과는 전기 쪽이고 정밀기계는 기계 쪽에 속하는 학문이었다. 기계와 전기는 서로 필요한 기초소양이 달랐기 때문에 쉬 사장은 정밀기계 복수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나서야 석사 전공에 지원할 수 있었다.
학문적 지식 외에도 음악을 즐기는 그는 칭화대 바이올린 동아리에도 지원하기도 했다. 전공 학과에선 7:1에 달하는 남녀 비율이 바이올린 동아리에서는 1:1에 불과한 것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안타깝게도 단원으로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그의 긴 손가락과 큰 손을 본 지도교수는 그가 첼로 연주에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다. 첼로로 종목을 바꾼 그는 오케스트라 팀을 구성해 단장까지 맡았다.
음악을 사랑하고 창의적인 구상을 즐기며 정보기술(IT)에 능하고 프로그래밍까지 가능한 그에게 이 모든 것을 종합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게임뿐이었다.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종착지를 찾은 것이다.

‘고개를 들어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의 역할
360게임을 맡은 뒤 그는 올해 360게임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을 마련했다. 상반기 ‘SUPER 360° 수퍼갓 플랜’에서부터 하반기 ‘점정(點睛) 플랜’, 그리고 갓 오픈한 ‘360소프트웨어 관리시스템’까지 모든 전략에는 여러 해 동안 게임업계에서 쌓은 그의 경험과 게임시장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이 담겨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10년 넘게 회사에서 일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문제를 보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남들은 ‘바닥을 보며 열심히 인력거를 끄는 시간’이 많지만 저는 ‘고개를 들어 앞길을 쳐다보는 시간’(마오쩌둥(毛澤東) 어록에 나온 표현-역자 주)이 더 많은 거죠. 예를 들면 땅에 농작물을 심었을 때 얼마나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은 사실 경작 방법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즉 종자를 바꿔 심는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360게임은 이미 ‘SUPER 360°’ 플랜을 개발자의 서비스 체계에 접목한 상태다. 사전 서비스 차원에서 360게임은 독자적인 유통경로를 활용하여 도출한 게임캐릭터 이미지, 채널 빅데이터 등을 개발자에게 참고용으로 보내 이를 신규 게임 베타테스트, 사전 예약, 전문게시판 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클라이언트 게임의 독점대리와 공동운영도 강화했다. ‘CF2’, ‘문명온라인’ 등이 모두 이런 구조 속에서 쟁취한 게임이다.
지식재산권과 관련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360게임이 계약한 ‘Ice Fantasy(幻城)’, ‘SUN’ 등 유명 지식재산권 관련 게임 서비스가 올해 중국 최대 게임전시회인 ‘차이나 조이(China Joy)’에서 첫 선을 보였다. “‘수퍼갓 플랜’은 360게임의 공동운영 방식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왼쪽은 제3자 게임(단말기나 서비스 제공업체가 아닌 제3의 회사에 의해 개발된 게임), 오른쪽은 회사의 유통물량인데, 우리가 이들을 서로 이어주고 중간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이죠.” 쉬 총괄의 설명이다.
그는 360의 주력 사업이 플랫폼 제공 분야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을 360의 물량에 맞추려 하면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자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점정 플랜’은 바로 이런 가치를 구현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각 단계별로 제품을 성공시키는 방법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사업 초반에는 기술이 우선시되곤 하지요. 그것이 충분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모두 서버의 안전성에 달렸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아이디어나 미술효과 같은 것이 중요해지지요. 마지막으로는 지식재산권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품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고 돈이 벌리는 비결은 제품 설계에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지요.”
현재 게임산업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는 뛰어난 기술과 미술효과 등 ‘화룡(畵龍)’을 달성한 기업은 많아도 ‘점정’을 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평가한다. “저는 개발회사 출신입니다. 10여 년 전 소후(게임)에서 전략을 모색 중일 때는 업계에서 가장 가치를 지닌 사람을 찾고자 했죠. 하지만 영화계의 감독들처럼 진정으로 능력을 지닌 이들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물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축적했고 어느 정도 나만의 판단 기준도 생겼습니다. 360게임에 합류하고 부터는 이런 ‘점정을 찍는 사람’이, 팀 하나를 이끌며 게임을 생산하게끔 하는 사람이 아닌, 여러 팀을 이끄는 리더로 육성하는 방법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팀들이 더 치밀하게 설계를 할 수 있도록요. 이러한 시도가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해 볼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창업은 여전히 ‘진행형’
지금도 그의 시나(sina)넷 블로그에는 그가 2009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이 남아있다. 대부분 게임 관련 창업자들에게 보내는 글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들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하고 이들이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일찌감치 ‘창업 대열’에 뛰어든 그가 몇 차례의 우여곡절과 창업 실패를 겪은 후 깨달은 사실은 ‘자신이 장군감은 되지만 제왕감은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과감히 사람을 잘 쓰는 리더를 택해 그를 따르라. 절대 경솔하게 혼자서 창업하려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그는 블로그에 창업자들을 위해 쓴 여러 편의 글을 통해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먼저 회사에서 잘 알려지고 성공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식과 경험을 쌓고 안목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또 다른 하나는 인맥을 쌓는 일이다. 이런 점들이 갖춰지고 나서 창업을 한다면 더 높은 안목으로 정확한 기회들을 포착할 수 있다. 게다가 대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면 벤처투자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져 자금융통도 수월해진다.
쉬 총괄은 자이언트 네트워크에서 근무할 당시 ‘자이언트에서 성공해라’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직원 가운데 좋은 아이디어나 제품이 있고 자이언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요청을 받아 지원하는 것이다. 요청자는 창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시행착오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 내부직원들이 혼자 회사 밖 필드에서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줄이고 인재 유출을 막는 효과를 불러왔죠. 또 이를 통해 직원들에게 혼자 창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는지 일깨워주는 역할도 했어요. 한쪽에서는 밀어주면서도 한쪽에서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양방향 전략이었죠.”
그는 자신이 비교적 일찍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로 자신이 늘 스타트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대기업에서 일했던 점을 꼽았다. 회사에서 단순히 월급을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부여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일종의 창업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회사 역시 직원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기를 원한다. “회사는 저를 필요로 하고, 저 역시 이를 통해 회사에 기여할 수 있지요.”
그의 이런 ‘스타트업 이론’은 지금 360게임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올해 360게임은 브랜드에서 서비스까지 종합적인 성장을 이뤘다. 360게임은 게임 업계에 몸담은 개발자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파트너들이 꿈을 이루도록 돕는다.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의 성공을 돕는 것은 360게임의 필연적인 책임이자 숙명이기도 하다.

 

360게임회사 모습[사진=인민화보 궈샤샤(郭莎莎) 기자]

 

360게임팀이 개발한 상품[사진=인민화보 궈샤샤(郭莎莎) 기자]


내년 화두는 ‘탐색’과 ‘초월’
중국 인터넷 게임시장의 성장 과정은 쉬 총괄의 과거 게임업계 경력과 거의 일치한다. 1999년 중국에 빠르게 인터넷이 보급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인터넷 게임 붐이 일어났다. 이미 인터넷 산업이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든 한국보다 2~3년 늦은 시기였다. 그 뒤 한국 게임은 미술이나 설계에서 중국을 앞서며 중국 게임시장에서 ‘리니지’, ‘리니지2’ 등을 히트시켰다. 중국은 이런 게임을 벤치마킹하고 독자적인 능력을 키우며 점점 차이를 좁혀 갔다. 2008년경에 이르러 중국이 개발한 몇몇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중국 네티즌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쉬 총괄 같은 게임 관련업자들이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한 결과였다.
그는 중국과 한국 게임 시장에 제각기 강점과 특색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우루루 몰려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모바일 게임이 뜨니까 다들 모바일 게임 개발에만 몰두했죠. 반면에 한국은 여전히 클라이언트 게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까요. 일부 수준 높은 팀들이 조용히 클라이언트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런 능력은 정말 배울 점이 많아요.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바에 맞추지 않거나 클라이언트 게임을 하던 사고방식으로 모바일 게임을 다룬다면 설계 향상 속도가 더뎌지게 되죠. 이는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미술효과가 아무리 뛰어나도 며칠 지나면 금세 질리게 마련이니까요.”
지금은 모바일 시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쉬 총괄은 360이 광범위한 PC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우수한 클라이언트 게임 지식재산권에 대한 탐색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모든 클라이언트 게임과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가능성만 있다면 바로 손에 넣지요. 그 수는 턱없이 적지만요. 클라이언트 시장을 얕봐선 안 됩니다. 사실 클라이언트 게임의 사용자 수는 웹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합친 것보다 많아요.” 그가 힘주어 말했다.
이런 전략적 사고의 결과 10월 18일 360소프트웨어 관리시스템이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360소프트웨어 관리시스템은 온라인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의 중국판으로 불린다. 쉬 총괄은 “줄곧 클라이언트 게임은 소홀히 하고 웹 게임에만 집중하던 360이 이번에 프로그램 매니저를 공개하면서 PC상의 앱스토어로 거듭났습니다. 360게임은 인터넷 게임뿐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즐기는 콘솔게임을 비롯해 우수한 ‘독립게임’도 지원하는 만큼, 앞으로 스팀에서 가능했던 게임이 360의 PC 플랫폼에서도 구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내년 계획을 물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반 농담조로 말했다. “일단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수익률을 크게 올리고 싶죠. 그 다음으로는 클라이언트 게임에 좀 더 집중하면서 동시에 웹 게임과 모바일 게임도 챙기는 겁니다. 마지막은 해외에 제2, 제3의 시장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초월의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국경, 플랫폼, 분야를 넘어선 새로운 사업모델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PC, 모바일, 가상현실(VR), 생중계, e-Sports 등 장르를 불문하고 최고의 제품이라면 하드웨어 플랫폼, 콘텐츠 플랫폼, 릴리즈 플랫폼까지 대부분의 플랫폼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제품일 것이다. 이런 제품은 자신이 속한 국경은 물론 소속된 영역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는 제품이고, 이러한 제품만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 6시가 가까워지자 그는 벽에 걸린 시계를 흘깃 보더니 다음 회의가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360빌딩을 나설 무렵은 이미 금요일 퇴근 시간이었지만 사무실은 여전히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문득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가 한숨을 쉬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는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게임 계정도 있고 게임기기도 사 놨지만 도무지 좋아하는 게임을 할 시간이 안 나네요.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고만 있습니다.”
사실 필자의 눈에는 360게임이라는 배를 몰고 풍랑을 헤치며 먼 곳을 향해 항해를 하는 그야말로 진정한 ‘마지막 눈동자를 찍는(點睛) 사람’이자 누구보다 훌륭한 ‘선장’이었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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