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박정호 신임 사장이 이끌게 될 SK텔레콤은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EMS) 홍하이(폭스콘)와 새로운 밀월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밀월을 넘어 SK텔레콤과 홍하이가 직접 손을 잡고 이른바 '황금 시대'를 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사장이 SK주식회사 C&C를 통해 구축한 협력관계와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 신사업에 적극 손을 뻗치는 홍하이의 공통 분모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21일 IT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이 SK텔레콤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통신사업과 헬스케어에 관심이 높은 궈타이밍 홍하이 회장과의 협력관계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홍하이 산하 대만 아시아퍼시픽텔레콤(亞太電信)은 올해 2월 스페인에서 개최된 ‘MWC 2016’에서 SK텔레콤과 LTE 네트워크 품질 개선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홍하이와 SK그룹은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제휴 관계다. 액정패널, 전자제품 분야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SK그룹과는 업무 중복이 없다는 점에서 상호보완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특별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궈타이밍 회장을 만나면서 양사 협력은 급진전 됐다. 홍하이는 올해 초 충칭(重慶)에 위치한 프린터 생산 공장에 SK주식회사 C&C가 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도입했으며, 지난달엔 홍하이의 물류 자회사와 글로벌 융합 물류 합작사 ‘FSK L&S'를 설립해 ICT플랫폼 기반의 물류 BPO(업무처리아웃소싱)사업도 시작했다.
홍하이는 아이폰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의 전자제품을 중국에서 조립해 성장한 거대기업이다. 최근에는 일본 샤프(SHARP)를 전격 인수하면서 전세계 TV·디스플레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LG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홍하이는 대만기업이지만, 중국 전체 수출액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 ‘세계의 공장’ 중국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러나 홍하이는 중국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일부 생산거점을 브라질과 인도로 이전했으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아이폰 제조 공장의 미국 이전도 고민해야 할 처지다. 홍하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도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로 하락추세다.
홍하이의 2016년 3분기(7~9월) 실적은 아이폰7 출시와 맞물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9% 감소했다. 아이폰의 세계 판매가 저조했던 탓에 올해 2분기까지 연속으로 수익 감소를 기록, 지난달 한 달 홍하이의 수익도 전년 동월 대비 7.1% 감소해 노란불이 켜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홍하이는 최근 애플 의존도를 줄이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으며, 대만에 큰 돈을 들여 구축한 4G망을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기 위해 SK텔레콤과의 제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