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잘나가는 홍하이가 자사 공장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해 SK와 왜 손을 잡았을까. 그 이유는 홍하이가 그리는 미래 먹거리 산업 전략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홍하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로봇 페퍼 등 최첨단 전자기기를 두루 생산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IT공장'으로 이들의 실적은 세계 IT업계의 경기를 가늠할 지표로도 인용되고 있다.
홍하이는 지난해 3분기(7~9월) 아이폰6S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378억 대만달러(약 1조3500억원)를 기록했다. 이처럼 홍하이는 아이폰의 인기로 수익을 끌어 올리는 모양새지만, 스마트폰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장치의 일부에 불과해 전자기기 생산에만 매진할 경우 기회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동통신사업을 본격화하려는 홍하이는 SK텔레콤의 협력을 받아 대만 내 이동통신사업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SK와 홍하이의 협력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8월 특별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화장을 찾으면서 본격화됐다.
홍하이는 SK에 3.5%를 투자한 주주다. 이동통신과 클라우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제휴 상대로 SK 측에 협력을 타진하고, SK도 중국 공략의 파트너로 홍하이를 선택했다.
션 가오 홍하이그룹 계열사 부사장도 20일 충칭에서 “홍하이가 SK와 통신, 헬스케어 부문에서 공동으로 하는 분야가 많고, SK가 투자한 지분이 있기 때문에 관계가 밀접하다”고 말했다.
SK와 홍하이의 협력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SK와 홍하이는 합작법인 ‘FSK홀딩스’를 설립했으며, 2015년 12월에는 홍콩의 스마트센서, IoT 통신 부품 제조 기업 ‘다이와 어소시에이트 홀딩스’를 공동으로 인수하기도 했다.
홍하이는 4G 서비스와 클라우드를 접목시킨 헬스케어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문의가 없는 대만 금문도(金門島)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4G서비스를 이용한 원격의료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에 맞춰 SK텔레콤도 중국 우시(无锡)에 ICT 기반의 헬스케어 센터를 설립하고, 박정호 SK주식회사 C&C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스마트물류·융합보안·헬스케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SK 관계자는 SK와 홍하이 간 협력에 대해 "SK텔레콤과 홍하이의 이동통신 협력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SK는 향후 중국내 홍하이 공장의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부품과 완성품을 전 세계에 유통시킬 스마트물류에서 양사 간 협력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