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영화 결산②] ‘터널’부터 ‘판도라’까지…영화 같은 현실, 현실 같은 영화

2016-1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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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영화 '터널', '판도라', '마스터' 메인 포스터[사진=쇼박스, NEW,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진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은 분개하며 촛불을 들었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이어졌다. 믿기 힘든 일들이 현실에서 잇따라 터지게 되었고, 2016년 영화계는 정부와 권력자들의 현실을 반영된 영화들을 내놓았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 ‘터널’과 ‘판도라’, ‘마스터’를 짚어보았다.

영화 '터널'의 스틸컷 속 배우 하정우[사진=쇼박스 제공]


◆ “나, 아직 살아있는데”…아픈 사고와 어설픈 대처 ‘터널’

올해 8월 개봉한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둘러싼 문제들을 예리하게 조명하고 터널 안과 밖의 혼돈을 영화적으로 표현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터널’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것은 재난과 그를 마주한 인간 군상의 리얼리티 때문이다.

영화는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세월호 등 끔찍한 재난을 겪어온 한국사회를 그대로 담아냈고 어설픈 구조대와 특종에 급급한 언론, 겉치레에 목매는 정치인의 모습을 여과 없이 담아내 씁쓸함을 남겼다.

김성훈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에 대해 “침몰 사고를 염두한 건 아니다. 원작 소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 영화를 보고 세월호를 떠올린다면 현실 자체가 슬픈 것 같다.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너무나 아픈 기억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영화가 가장 큰 시스템이 붕괴한 이후에 나타난 상황들을 그려내지 않나. 현실 반영적이고 비판적인 부분이 있으니까 그렇게 연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슬픔이고, 직접적으로는 관계가 없는 5천만 국민에게도 너무 아픈 상처가 된 사건 아닌가. 그래서 세월호로 소환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 '판도라' 스틸컷 중 배우 김남길[사진=NEW 제공]


◆ “정부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원전사고와 무능한 정부 ‘판도라’

지난 12월 7일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가 개봉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안전 불감증과 부주의로 벌어진 사고는 정부의 은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대통령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을 인정하고 만다. 이 같은 재난 상황은 최근 일어난 경주 지진 및 국정 농단 사태와 맞물리며 관객들을 더욱 두렵게 만들고 있다.

박정우 감독은 4년 전 집필된 영화 ‘판도라’가 놀랄 정도로 현 시국과 닮아있는 것에 대해 “저 역시도 놀랐다. 오히려 현재 시국과 너무 닮아있어서 들어낸 부분이 더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현재 시국과) 절묘하게 맞는 대사들이 더 많았는데 이런 시국을 예상하고 쓴 게 아니므로 이런 적나라한 대사들이 극의 몰입을 방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의 궁극적 목표는 원전 사태지 정부 권력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진이나 국정 농단 사태 등 영화와 똑 닮은 현재 상황이 그리 반갑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마스터' 스틸컷 속 배우 이병헌[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희대의 사기꾼,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다…‘마스터’

12월 21일 개봉한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 역시, 최근 시국과 똑 닮은 모습이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팀장 재명(강동원 분)와 희대의 사기범 현필(이병헌 분), 그리고 그의 브레인 장군(이병헌 분)까지,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작품.

희대의 사기범 진현필은 4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다. 이는 정경유착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본 관객들은 영화 ‘마스터’의 리얼리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희대의 사기꾼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조의석 감독은 진현필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조희팔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그의 초성을 따라 만든 이름이며, 정치계의 다른 분을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기도 하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그동안 영화를 준비하고 뉴스를 접하고 역사가 반복되면서 기억에 남는 인물을 진회장 캐릭터에 녹이기 위해 노력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다른 코드도 있다. 여러 번 볼 때마다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의석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역시 현 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강동원은 “사기범들을 잡아들이는 재명에게 감정 이입했고 너무도 통쾌함을 느꼈다”고 설명하며,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역시 시원함을 느끼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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