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위작 논란 종지부 찍나…검찰 "천경자 '미인도' 진품"

검찰로부터 '진품' 판정을 받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은 지난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미인도'를 보고 "내가 그린 작품이 아닌 가짜"라고 주장했다. 이후 '위작 논란'은 25년간 지속돼 왔고, 검찰은 19일 '진품이 맞다'라며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62)씨가 '미인도는 진품'이라고 주장해왔던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상대로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 모씨를 사자명예훼손죄로 불구속 기소하고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다른 피고소·고발인 5명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19일 발표했다.

◆ "천 화백 특유의 채색기법, 미인도에서도 나타나"

검찰은 "'미인도'의 소장이력 조사와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전문가 자문,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및 위작자를 자처해 온 권 모씨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가 진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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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미인도는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제작방식이 동일했다. 미인도에서 나타난 두터운 덧칠과 육안으로는 관찰되지 않는 안입선이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서 나타는 특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수정과 덧칠을 반복해 작품의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천 화백의 채색기법은 부분적으로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을 만들게 되는데, 미인도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타났다. 

검찰 측은 "위작의 경우 원작을 보고 그대로 베끼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한 스케치 위에 단시간 내에 채색작업을 진행하므로 다른 밑그림이 발견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씨와 피고소인측, 미술계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된 9명의 감정위원 대부분도 석채 사용과 두터운 덧칠, 붓터치, 선의 묘사, 밑그림 위에 수정한 흔적 등을 봤을 때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미인도의 유통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천 화백은 1977년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미인도 등의 그림 2점을 선물했고, 이 간부의 처는 미인도를 김 전 부장의 처(자신의 대학 동문)에게 선물했다. 이후 김 전 부장은 미인도를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 계엄사령부 산하 기부재산처리위원회에 미인도를 헌납했으며 재무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갔다.

◆ 천 화백 유족, "과학적 접근법 배제된 결과…추가적 법적 대응 하겠다"

천 화백의 유족 측은 검찰의 이날 발표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는 "검찰의 수사 결과엔 국립현대미술관이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단의 감정 결과를 반박할 때 제시한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며 "차라리 과학적 감정을 통해 위작이라는 의견이 나오면 믿겠다"고 말했다.

앞서 미인도의 진·위작 감정을 한 프랑스 감정단은 지난달 초 미인도와 천 화백의 다른 그림 9점을 특수카메라로 비교한 결과 두 작품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었다. 프랑스 감정단은 이 같은 과학감정보고서를 검찰과 천 화백의 유가족 측에 제출하며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라며 "'미인도'는 천 화백의 그림이 아니며 고의적으로 만든 가짜”라고 '사실상 위작' 판정을 내렸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랑스 감정단이 도출하였다는 감정 결과는 종합적인 검증 등을 통한 결론이 아니라 부분적 내용을 침소봉대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를 변호하는 배금자 변호사는 "항고, 재정신청은 물론이고 정부와 관련 개인들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하겠다"며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