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경제가 최순실 게이트로 마비된 가운데 경제정책을 집행하고 확인해야 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현장방문이 두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유 부총리 현장방문이 줄면서 정부 안팎에서는 일찌감치 경제정책에 대한 의지를 접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해졌다. 기업 구조조정, 4대 구조개혁 등 산적한 현안이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현장보다 정무적 업무에 비중을 두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후 지난달 2일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선임되자 대외경제장관회의,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정례적 일정만 소화하는 등 ‘식물 부총리’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경제는 유 부총리가 경제컨트롤타워의 중심을 잡지 못하자, 다양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불안감이 가중된 상황이다.
정치적 이슈에 매몰돼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는데 경제부총리는 돌파구 마련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신임부총리 인선도 기존 임종룡 내정자를 그대로 선임할지 안갯속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새 부총리가 선임될 때까지 유 부총리 체제로 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도 약 보름 남짓 남은 시점이라서 내년 경제정책방향 수립 등을 서둘러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고민도 만만치 않다. 이미 유일호 체제의 경제정책이 시장에서 효과가 미미한데, 내년 경제정책 역시 유 부총리 구상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탄핵 정국 이후에도 위축된 한국경제를 되살릴만한 구심점을 잃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만큼 유 부총리 체제가 한국경제를 이끌기에는 버거운 모습이라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고 결정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라는 점도 유 부총리의 정책구상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 오는 15일 미국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되면 바로 경제정책방향의 구체적 과제가 도출돼야 한다”며 “현재 부총리와 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거취 문제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이라서 경제정책방향 수립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경제 연구소 한 관계자는 “경제수장은 어떤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확고한 신념을 시장주체에 전달할 의무가 있다. 경제가 흔들리지 않으면 정치적 이슈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경제가 먼저 흔들리고 있다. 내년 경제가 더 어렵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부총리가 먼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