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 [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연기를 시작한지 이제 갓 1년여 남짓. 이수빈은 여전히 연기를 배우고 있다.
운동을 했던 전력 때문인지 그는 과묵하고 묵직하다. 또 외모에서는 다소 차가운 느낌도 풍겨진다. 그리고 자신이 존경한다는 배우 차승원과는 외모적으로 꽤나 많이 닮았다.
이수빈은 연기를 밑바닥부터 배우고 있다. 역할의 경중보다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쌓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아주 짧은 시간 단역으로 출연하는가 하면 오는 19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2 드라마 ‘화랑’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다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려고 단역으로 출발했어요. ‘낭만닥터 김사부’는 진짜 단역이었죠. 의사 면접을 보러 온 역할을 맡았어요.(웃음) 또 ‘화랑’에서는 화랑의 군단 중 한명으로 등장할 예정이에요.”
대부분의 배우가 그렇듯 조, 단역에서 시작한다. 이수빈도 그렇다. 물론,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에 대한 바람은 있다.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이 있어요. ‘리멤버’ 남궁민 선배님이 연기하셨던 남규만 역할이요. 사실 극중 남규만이 하는 행동은 평상시 사람이 잘 할 수는 없는 행동이잖아요. 기분 나쁘다고 골프채를 부순다거나 화를 내지 않잖아요. 그래서 남규만 역할을 하면서 답답함도 풀고 싶기도 하고요. 또 그런 역할을 하고나서 시청자 분들에게 욕을 먹는다는 건 그만큼 캐릭터에 집중했다는 증거니까요. 꼭 한 번 해보고싶은 역할이에요. 아 물론 어떤 역할이든 맡겨만 주신다면 다 잘할 수 있어요.(웃음)”
이수빈이 연기하는 남규만 캐릭터는 어떨까 잠시 떠올려봤다. 외모 덕분(?)인지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차가워 보이는 외모 때문에 자신이 오해를 받았던 일도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야구를 해서 그런지 운동하시는 분들은 선-후배 체계가 확실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위로 한 살만 많아도 군기가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깍듯이 인사해요. 제가 눈을 크게 다쳐서 군 면제를 받았는데 주변에서 ‘군대 어디로 갔다왔냐’고 물어보실 정도였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오히려 말을 편하게 못 놓으시더라고요. 좋게 말하면 예의가 바른건데, 또 어떤 분들은 불편해하시기도 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실제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고.
“친구들을 만나면 목소리 톤부터 바뀌어요. 톤이 높아지죠.(웃음) 물론, 자리마다 좀 다른데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발랄하고 쾌활한 편이죠. 하지만 말을 해서 실수를 하는 것보단 차라리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고민이 생겨도 혼자 생각하고 티 안내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웃음)”
그러나 ‘상남자’ 이수빈에게 놀랄만한 반전이 숨어있었다. 바로 좋아하는 색깔이 핑크색이라는 점이다. 처음에 그의 입에서 핑크색을 좋아하다는 걸 듣고 순간 귀를 의심했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꾹꾹 자신의 진심(?)을 눌러 담아 핑크색이 좋다고 말했다.
“핑크색이 그렇게 예쁘더라고요.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도 헬로우 키티죠. 하하하. 갖고 다니는 건 아닌데 혼자 ‘예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친구들은 아무리 좋아도 핑크색 옷은 입지말라고 저를 말리기도 하죠. 조그마한 소품같은 걸 좋아하기도 해요. 그래도 저 여자 좋아합니다. 하하하.”
이수빈의 매력은 바로 이거다. 외모처럼 상남자 같은 성격을 갖고 있지만, 또 때로는 감성적인 여성성을 갖고 있기도 한. 그래서 더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반전 매력’ 말이다.
신인 배우들에게는 통과의례 같은 ‘롤모델’을 물어봤다. 한결같은 그의 대답은 차승원이다.
“차승원 선배님을 정말 좋아해요. 물론 황정민, 최민식 선배님 같은 분들은 제가 감히 넘을 수 없는 분들인 건 맞지만요. 제가 연기자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도 차승원 선배님은 가장 좋아하는 배우였어요. 그래서 늘 제게는 롤모델이시죠. 너무 멋지신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인상깊은 작품도 차승원 선배님이 출연하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작품이에요. 인생의 롤모델이 저희 아버지라면 연기를 포함한 롤모델은 차승원 선배님이신 것 같아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주변 분들이나 선배님들께서 ‘이수빈은 참 괜찮은 친구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아직 연기를 배우는 단계지만 어떤 배역이 주어지더라도 잘 할 자신 있습니다. 아직 기회가 없을 뿐, 대중분들에게 평가를 받고 싶어요. 그래야지 저 역시 지금보다 더 독을 품고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 또 잘한다는 칭찬을 듣더라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싶어요.”
그리고 이수빈은 자신의 꿈을 이루면서 부모님에게 못한 효도를 하고 싶다는 고운 심성도 드러냈다.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굉장히 커요. 아빠, 엄마. 이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부모님이 안 계시면 어떡할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요.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저는 이 꿈을 꼭 이루고 싶어요. 부모님이 행복하시면 저도 행복하니까요. 저 때문에 늘 고생만 하셨던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수빈의 길었던 방황을 글로써 그의 마음을 다 풀어내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과거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아픔의 크기를 가늠하기가 미안할 정도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이수빈은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버리고 이제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갈 일만 남았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지만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걸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생에 첫 인터뷰를 마친 소감을 전하자, 이수빈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더욱 깊이 새기게 만들었다. 머지않아 포털사이트에 이름 세 글자가 뜨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굉장히 좋아요. 주변에서는 저를 과묵하다고 하는데 친구들이나 부모님께도 이야기 못했던 걸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서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러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것들도 생각하게 되고요. 혹시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스스로가 해이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 가끔씩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