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가 지배력 확대...금녀의 벽 허물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주경제 윤태구·이소현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가(家)의 전통이었던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 박 회장의 부인 이경열씨와 차녀 박세진씨가 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 주식을 매입한 것.

그동안 금호가는 고 박인천 명예회장의 창업 이래 여성의 경영참여는 물론 지분 취득과 상속을 모두 금지해왔다.

6일 금호아시아나그룹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씨와 박씨는 지난달 24일 금호홀딩스 주식을 각각 8만3500주(지분율 2.8%), 4만1500주(1.4%) 매입했다. 매입 대금은 각각 83억5000만원, 41억5000만원으로 총 125억원 규모다.

같은 날 박 회장이 매입한 주식(1만9000주)까지 합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가 사들인 금호홀딩스 지분은 총 14만4000주(144억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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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전락경영실 사장의 지분까지 합쳐 금호 오너일가가 소유한 금호홀딩스의 지분율은 50.8%으로 절반을 넘겼다.

박 회장 일가의 이번 주식 매입은 금호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에 사들인 금호홀딩스 지분들은 향후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시 자금 마련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홀딩스가 지주사라 지분을 많이 확보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 매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지분 매입일 뿐 (이씨와 박씨의) 직접적인 경영참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영참여 의도는 아니더라도 이들 모녀의 주식 매입은 금호가의 오랜 전통을 깨는 이례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명예회장은 ‘여러 사람이 관여할 경우 분란의 가능성이 있어 상속은 남성에게만 한다’는 후계구도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이후 금호가는 ‘형제경영’을 표방한 2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2002년 박성용·정구·삼구·찬구 4형제간 작성한 공동경영합의서를 통해 여성의 경영참여 금지를 명문화했다. ‘그룹의 주식을 아들 직계에게만 상속하고 배우자나 딸 등 여성에게는 상속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이다.

실제 이씨는 그동안 외부활동을 하지 않은 채 박 회장의 내조에만 힘써 왔다. 박씨도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