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1948년 대한민국 수립 규정이 친일파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등의 비판이 다수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5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규정할 경우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며 일제 치하에서 친일 반민족행위를 하다가 1945년 광복 이후부터 정부 수립에 참여한 인사들의 숫자가 상당하다”며 “이런 논리라면 이런 사람들은 친일파가 아니라 건국 유공자로 신분이 세탁된다는 의미”라는 의견 등 비판적인 내용들이 접수돼 12일 학술토론회를 열어 수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재관 국사편찬위 편사부장은 5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수립’이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하는 용어의 사용부분은 실질적으로 학술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며 “교과서가 발행되기 전까지 국민적으로 또는 학문적으로 이 부분이 정리가 된다면 교과서에도 당연히 정리된 내용으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정 교과서는 시작에 불과하며 너무 급하게 무리해서 추진하기 보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차분히 새로운 역사 교과서의 여론 조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뉴라이트, 비전문가 등이 다수 참여하는 등 교과서 집필진의 중립성 무시됐다거나 친일파 행적 대폭 축소 기재, 박정희 정권의 국정 운영 및 새마을 운동 등 문제점 대폭 축소 기재 등의 비판도 있었다.
교육부는 이들 비판적인 내용들은 교과서 내용 전반에 대한 지적이나 국정제도에 대한 비판, 대한민국 수립 등 용어 변경 등에 대한 건의 사항 등 참고사항으로만 분류했다.
참고하겠다는 것은 반영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돌려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23일까지 의견을 접수하고 있는 교육부는 반영할 내용들은 반영사항, 검토필요로 분류했다.
접수된 의견 중 반영사항은 13건, 검토필요는 85건, 참고사항 886건으로 총 984건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접수됐다.
교육부가 교과서 제도 및 서술 내용 관련된 참고사항 886건으로 분류한 의견들은 대부분 비판적인 내용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들 내용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참고사항 886건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하자는 의견이 413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95건, 일제강점기 서술 수정이 68건이었다.
반영 사항은 바로 수정․보완해야 할 사항으로 명백한 오류를 지적한 것이나 단순 개선 사항으로 세형동검 출토지역 중학교 지도와 통일, 동해 황해 명칭 표기 위치 바다 가운데로 이동, 김정호 사진을 김홍도로 교체, 과달카나 섬을 과달카날 섬으로 명칭 수정, 4.3 사건과 5.10총선거 순서 교체 등이다.
교육부는 역사교육연대회의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미완성 논책으로 자서전이 아니라는 점, 안창호의 직책이 내무 총장으로 돼있으나, 노동국 총판이었다는 내용, 델로스 동맹과 펠로폰네소스 동맹 성립 과정이 뒤바뀌었다는 내용은 오류로 확인돼 수정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토필요’로 분류된 85건은 반영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학술적인 검토가 진행 중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지적 내용은 타당하지만 교과서 체제 및 학습자 수준을 고려해 반영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389년에 제작된 ‘대명혼일도’가 동양 최고의 세계 지도라는 주장이 있어 동양에서 제작된 세계 지도 중 가장 오래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는 기술을 바꿔야한다거나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세계 지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바꿔야 한다거나 파독 광부, 간호사의 상황에 대한 기술 추가, 1960~70년대 경제 성장 과정에서 국민의 노력 서술 추가, 2차 인혁당 사건에 대한 기술 추가,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에 대한 동아일보의 오보 사항 서술 추가 등의 내용이다.
국사편찬위원회와 집필진은 제출된 의견을 반영해 교과서를 수정하고 내년 1월경 편찬심의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최종 완성본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