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의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4일 "박 대통령의 '4월 퇴진'에 대한 여야 합의가 없다면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이 7일 오후 6시까지 퇴진시점을 밝힐 것을 요구했던 이들은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별개로 9일 표결에 참여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전날 역대 최대 규모로 모였던 '촛불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모인 비상시국회의는 대표자와 실무자 간 연석회의와 총회(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야당이 발의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총회 참석자는 총 29명으로, 여당 몫의 탄핵 가결 정족수(28명)에 부합하는 숫자였다.
총회 직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받들고 국민들께서 조속히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황 의원은 "일부 의원들, 원외 인사들의 대통령의 입장발표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그 취지 역시 탄핵 동참 의원들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방안에서 말한 것이었다"면서 "최종의견을 모으는 데 이의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만장일치'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안 찬반의견에 대해 황 의원은 "한 분, 한 분이 헌법기관인 의원님들의 소중한 권한을 우리가 단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오늘 모은 의견을) 찬성이라고 봐도 된다"고 덧붙였다.
비상시국회의는 최근까지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대통령이 '4월 퇴진'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여야 협상도 요구조건이었지만, 대통령이 만약 퇴진 시기를 직접 밝힐 경우 탄핵은 불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김무성 전 대표 등 내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비주류 의원들이 탄핵에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자, 민심이 곧바로 반응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모인 전날 촛불집회에는 새누리당의 책임을 질타하는 시민들이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으로 모였다. 계란을 투척하고 당 깃발을 찢는 퍼포먼스까지 나왔다. 이날 결정은 이러한 민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우 의원은 총회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를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타협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국회의원으로서 개인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헌법정신과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탄핵에 참여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고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유승민 의원 역시 "대통령의 말씀(입장 표명)은 내용에 따라 여야 협상을 잘 되게 하거나, 잘 안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여야 합의"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두언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도 이날 회동을 열고 "탄핵만이 정국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의 이 같은 결정으로 탄핵안 가결의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대변인은 여당 비주류의 결정에 관한 논평을 통해 "국민의 명령을 따른 결정으로써 환영한다"고 밝혔고, 같은 당의 기동민 원내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탄핵 표결 참여 결정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