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40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2일)을 몇 시간 넘긴 지난 3일 새벽 국회에서 통과됐다.
협의 과정을 거쳐 정부 원안에서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주범인 최순실 씨 사업으로 분류되는 예산이 대거 삭감됐다. 여야 공방의 대상이었던 법인세 인상 대신, 소득세 과표 신설 구간을 신설해 그 재원으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에 1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당초 정부안의 총지출 중에선 4조1979억원이 감액됐고, 4조475억원이 증액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이 대폭 잘려나간 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1800여 억원을 삭감키로 했지만, 직접적 연관이 없는 사업 등은 배제하면서 최종적으로 1212억원이 깎였다.
특히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 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1278억원이 배정됐지만 780억원이 삭감됐다. '위풍당 콘텐츠 코리아펀드 출자'는 당초 정부원안 800억원에서 270억원이 깎였고, 가상현실 콘텐츠 육성 역시 원안보다 81억원이 줄어든 11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이밖에도 미르재단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외교부의 '코리아에이드(ODA)' 사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케이밀(K-Meal)' 사업 등도 줄줄이 삭감됐다.
또 새해 예산안은 야권이 주장해 온 법인세 인상 여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야권은 법인세를 건드리지 않는 대신 고소득자 소득세 증액과 1조원의 누리과정 지원을 따냈다.
우선 근로소득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40%로 매기기로 했다. 이로써 16년만에 소득세 최고세율이 40%가 됐다. 민주당은 이에 따른 세수효과를 연간 6000억원 이상으로 추계했다.
매년 진통을 겪던 누리과정 예산 역시 이에 따른 세수를 활용키로 했다. 3년간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2017년은 중앙정부가 8600억원을 부담키로 여야가 합의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 김현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새해 예산안 수정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통해 "2017년도 예산안은 제20대 국회가 심사한 첫 번째 예산안으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의 질 제고에 보탬이 되고, 우리 사회 곳곳에 새로운 활력과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