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최순실 국정조사 제2의 앙드레김은 안된다

2016-11-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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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산업부 기자)]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대통령이 직접 불러 안 갈수도 없었고, 사회공헌과 연관되는 재단 설립을 위해 자금을 출연했는데 이렇게 가해자처럼 변질된 것에 마음이 무겁다.”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특혜시비와 무관하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 오히려 약점으로 잡히다 보니 억울하면서도 입을 닫아야 하는 ‘냉가슴’만 앓고 있다는 것이다.

죄인취급을 받고 있는 총수들이 잇단 검찰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에 이어 국정조사가 예정되면서 그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여야는 지난 21일 최순실 국정조사에 대한 일정을 합의하고 오는 12월 6일 열리는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대면한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세울 예정이다.

증인으로 서게 될 총수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8대 그룹 총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도 포함됐다.

이번 국정조사는 역대 최대규모로 치러진다. 특히 청문회에 증인으로 서게 될 재계 총수 규모는 이보다 많았던 적이 없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국정조사로 억울함을 벗기보다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를 더 깎아내릴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검찰 조사와 특검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부담이 덜한 반면 국정조사는 TV를 통해 모두 생중계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인들이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할 경우 오히려 뻔뻔하다는 불편한 시각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인 고(故) 앙드레김은 1999년 8월 열린 '고급옷 로비' 청문회에서 씻을 수 없는 굴욕을 겪었다. 고위 공무원 부인의 옷값을 대납 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 보다 그의 본명이 알려진 폭소가 터졌고, 개그 소재로 사용됐다. 

이외에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소환된 기업인들이 죄인 취급을 받으며 별달리 해명도 못한 채 씁쓸히 자리를 뜨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이 봐 왔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전국민의 마음에 촛불이 켜졌다. 기업인들의 잘잘못을 따지고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엄중한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제 2, 제3의 앙드레김이 나와서는 안된다. 국회의원들도 20대 국회에 걸고 있는 국민들의 기대는 구태가 아닌 새로움이라는 점을 되세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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