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정치권에선 내달 2일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앞두고 법인세·소득세 인상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확보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여야 지도부가 이번주 초 협상에 나설 예정이어서 탄핵 정국에서 가뜩이나 높아진 여야간 긴장감이 더욱 팽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둘러싸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과세 표준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25%로 올리기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과세표준 200억 초과 기업이 22%의 세율을 적용받는데 여기에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신설하자는 게 민주당안의 골자다.
국민의당은 과세표준 구간을 그대로 두되 200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세율을 현 22%에서 24%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당안은 과세표준을 2억원 이하, 2억원 이상 등 2개 구간으로만 나누고 2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선 공통으로 세율 25%를 부과하자는 게 핵심이다.
소득세 인상 문제도 쟁점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연소득 1억 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세율 38%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민주당은 1억 5,000만~5억원 이하는 그대로 38%를 적용하되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1% 세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국민의당은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는 41%, 10억원 초과 소득자에 대해서는 45%까지 세율을 올리는 안을 내놔 민주당 보다 좀더 강경하다. 정의당도 과세표준 1억 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소득세율을 현행보다 7%포인트 높은 45%까지 상향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정부는 경제 위기 상황 속 증세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점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법인세율을 20%포인트(35→15%) 내리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이유로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어 여야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 표만으로 법인세 인상이 관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세수 관련 법률안을 '세입 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법안은 여야 합의가 없어도 12월 2일에는 예산안과 함께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고 야당 단독으로 표결 처리가 가능하다. 특히 새누리당이 최순실 사태로 자중지란에 빠져 있어 이에 대응하기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과 법인세·소득세 인상 '빅딜'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선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100% 부담하면 법인세, 소득세 인상을 보류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둔 상태다.
정부·여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를 신설해 5조 2,000억원을 누리과정에 편성, 지방교육청이 모두 부담하도록 예산을 짰다. 반면 야당은 이 금액을 전액 삭감해 보통 교부금으로 반영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반회계로 편성해 지방 정부가 아닌 정부가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상은 우리 당 당론이지만 누리과정과 민생 예산에 대한 해법이 나오면 (보류할 수 있다)"며 "세법은 가능하면 여야 합의로 통과되는게 제일 좋기 때문에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인 누리과정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다면 법인세·소득세법 개정안은 예산부수법안에 포함하지 않고 추후 더 논의해보자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