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논란에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압박 커져

2016-11-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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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국민연금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를 받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하고, 이를 통해 또 다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이 되풀이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년여 간 논의 과정을 거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다음 달 중순 본격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과연 국민연금이 선제적으로 이 제도를 채택할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금 더 일찍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었다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속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얼마 전 공개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7개 세부원칙과 관련해 다음달 5일 공청회를 열고, 같은 달 중순께 최종안을 확정·공표한다.

일단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에게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책임있는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동안 대주주의 전횡, 부실한 계열사 편법 지원 등 불투명한 경영을 견제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관투자자의 참여 여부는 자율이지만,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이유와 대안을 설명해야 한다. 그동안 기관투자자는 상장사에 투자하면서도,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서는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관투자자도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을 더 냉철히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증권업계의 한 감사위원은 "늦은 감은 있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는 것을 환영한다"며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선제적으로 제도 실천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애초 삼성물산 합병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 투자자가 밀어주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어려웠다. 정치권에서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을 선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정치권이 삼성물산 합병 결정에 있어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있었다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합병비율을 정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설령 불공정한 합병 비율을 결정했더라도 문제해결 시도를 위해 합병비율이 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20일 남짓 만에 16만1500원에서 13만6500원으로 16% 가까이 떨어졌다. 기관투자자는 전날 하루에만 삼성물산 주식을 22만주 넘게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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