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오른 ‘국정농단 특검’…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판도라상자 열리나

2016-11-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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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중대 분수령…대가성 입증 안 해도 포괄적 뇌물죄 성립 가능성 제기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2016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아이가 손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실체적 진실 규명이냐, 특별검사(특검)의 역설이냐.’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규명할 특검 공포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 여부가 최대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이다.
특검 정국의 막이 오르면서 박 대통령과 야권의 걸음도 한층 빨라졌다. 박 대통령은 변호사 구성 등 특검 대비에 ‘올인’ 전략을 펴고 나섰고, 야권도 특검 후보자 압축에 돌입했다. 청와대와 정치권의 물러설 수 없는 수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특검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청와대가 ‘특검의 중립성’을 언급하면서 시간 끌기를 통한 ‘뭉개기 전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 등을 밝히지 못할 경우 거센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 1999년 도입된 특검은 앞서 11번의 특검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른바 ‘특검의 역설’에 빠진 것이다.

◆도래한 ‘특검 정국’…궁지 몰린 朴대통령

특검의 최대 쟁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뇌물 혐의 적용이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판단하고 현직 대통령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최순실씨(60) 등의 공소장에 뇌물 혐의를 제외했다. 내달 예정된 특검과 동시에 막 내리는 검찰도 막판 뇌물죄 구성요건 성립 퍼즐 맞추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판은 깔렸다. 특검법 제2조 제15호는 ‘1~14호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게 범위를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했다. 의지만 있다면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 등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고리로 삼성 등에 수십억 원의 출연을 강요한 주범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7대 그룹 총수를 독대한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및 출연금 모금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최 씨 등의 주요 혐의 범죄 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적시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 씨나 안 전 수석 등도 일제히 “대통령이 지시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선의로 한 일”이라며 방어막을 친 상태다.
 

촛불 정국에 휩싸인 국회.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규명할 특검 공포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 여부가 최대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靑 증거인멸 시 ‘증거인멸 교사죄’ 성립

뇌물죄 등의 구성요건은 ‘대가성’, ‘직무관련성’이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은 민간인인 최 씨나 특정 직무에 한정된 안 전 수석보다 넓다. 이 때문에 특검은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에 따른 대가성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박 대통령이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에서 대기업 등의 출연금을 ‘선의로 한 일’로 선 그은 것도 대가성 입증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보는 견해가 대다수다.

눈여겨볼 판례가 있다. 지난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포괄적 뇌물죄’다. 당시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2205억원과 2629억원의 추징금을 확정하면서 이 법리를 적용했다.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대가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을 통해 걷은 재단 출연금이 최태원 SK 회장 사면 의혹을 비롯해 △부영그룹 세무조사 △롯데그룹 검찰수사 등 각 기업의 현안 해결 청탁과 기금 모금과의 연관성이 직간접적으로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은 시간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밖에도 △공무상 기밀누설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직권남용 △특별범죄가중처벌 등의 칼날도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검찰이 최 씨 등을 기소하면서 증거인멸 가능성을 적시, 일각에선 특검도 사실상 증거 없는 ‘진공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대해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증거인멸 교사죄’라는 법적 장치가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특검 개시와 동시에 검찰 수사를 종결하지 말고, 투 트랙으로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며 “형사 소추의 문제는 검찰이, 정치적인 책임인 탄핵 등의 문제는 특검으로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 후보자 추천자로는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시환·김지형 전 대법관, 국민의당에선 이홍훈 전 대법관과 문성우·명동성·소병철·박영관 변호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파견검사로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항명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거론된다.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사진=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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