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개봉하는 영화 ‘형’(감독 권수경·제작 초이스컷픽쳐스·제공 배급 CJ 엔터테인먼트)은 유도 국가대표 선수 두영이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사기전과 10범의 형 두식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7번 방의 선물’ 유영아 작가와 ‘맨발의 기봉이’ 권수경 감독이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상실의 소년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영화 ‘형’의 두영 덕분이다. 두영은 상실과 상처를 받아들이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늘 깨지고 다치던 도경수의 필모그래피에 변화를 안겨주었고, 상실의 변주를 알려주었다.
- 뒤로 갈수록, 두영이가 밝아지지 않나.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조)정석 형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형이 영화의 톤앤매너나 감정을 잡아주는 부분들에 도움을 많이 줬다.
- 지난 캐릭터들보다 밝은 캐릭터였다. 고민도 부담도 컸던 게 사실이다. 평소 성격이 까불까불하거나 밝지 않아서 그런가. 하하하. 이런 밝고 재밌는 모습을 꺼낼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저도 모르는 밝은 면모가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걸 내려놓고.
두영은 시각 장애가 있는 인물이었다. 이 점에서도 어려움이 컸을 것 같은데?
- 그 감정을 누구라도 100% 이해할 수는 없을 거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조금 도움을 받는 정도였다. ‘어둠 속의 대화’라고 시각 장애를 체험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열어두는 경험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보이는 것’으로 인해 촬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겠다
- 전체적으로 그랬다. 눈을 감고 연기하면 안 보면 그만인데, 눈을 뜨고 보이는 걸 안 보이는 척하니까. 그게 어렵더라. 어떻게 해냈는지도 모르겠다. 한 곳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도, 초점이 없어야 하는데 가만히 어떤 지점을 보고 있다던가…. 최대한 감각을 열어두고자 했던 것 같다.
형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실제 형이 있는 도경수에게는 낯선 감정이 아니었을 것 같다
- 세 살 터울의 형이 있다. 제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 군대에 갔다. 지금은 제대했지만. 하하하. 형이 어릴 때 저를 많이 챙겨줬다.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이끌어주기도 하고. 그대 형을 따르고 좋아했던 감정들을 영화에 녹여낸 것 같다. 형제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으니까.
조정석과 형제 연기를 하게 되었는데, 딱 ‘진짜 형제가 됐다’는 느낌은 언제부터 들던가?
- 글쎄. 잘 모르겠다. 친해진 계기도 정확히 없었다. 일단 제가 정석 형의 엄청난 팬이었기 때문에…. 그저 좋았다. 하하하. 전작들도 다 챙겨볼 정도였는데, 형도 ‘카트’를 보셨다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시더라. 너무 편안하게 다가와 주셨고, 처음부터 가깝게 시작했던 것 같다.
극 중 두식은 두영에게 여러 가르침을 준다. 실제 조정석은 도경수에게 어떤 도움을 줬나?
- 두식은 두영에게 연애를 가르쳐주지만…. 하하하. 우리는 보통 연기 얘기를 많이 했다. 연기적인 방향이나 제가 해보면 좋을 것 같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욕을 차지게 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발음 같은 것들을.
조정석의 욕 실력(?)이 대단하긴 했다
- 정석이 형은 뭐든 잘한다! 하하하. 쌈바 춤도 잘 추시고, ‘런닝맨’을 하는데 제기 차기도 진짜 잘하셨다. 말도 안 된다. 몇십 개씩 하고, 저글링도 하신다. 어떻게 그런 걸 하시는지 모르지만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엑소의 디오는 화려한 느낌이지만, 도경수의 필모그래피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다
- 딱히 구분을 짓는 것은 아니다. 상업영화나 예술영화, 독립영화 등 장르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작품이 좋고 시나리오에 공감했다면 하는 편이다.
도경수를 떠올리면 소년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엄청난 메리트고 강점이지만, 동시에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 제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하고 싶다. 어울리는 역할들을 차근차근히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서 외적으로 변화하고, 그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흥행에 대한 부분은 어떤가?
작품이나 연기력의 호평에 비해,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 아직 괜찮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지만, 보시는 분들이 공감을 못 하셨으면 어쩔 수 없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흥행에 대한 욕심으로 이어지지는 않는가 보다
- 흥행이 되면 좋겠지만, 영화적 공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두식, 두영에 관해 얼마나 공감해주실까가 더 궁금하다. 개봉하면 몰래 일반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싶다. 같이 웃어주고, 울어주시는 걸 보면 부담이 덜어질 것 같다.
올해 도경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순정’에 이어 ‘형’이나 ‘긍정이 체질’까지. 장르적으로 더 밝아지는 느낌이 드는데.
-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두식이 같은 캐릭터도 환영이다. 우울하지 않은 밝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 그런 캐릭터도 욕심내보려고 한다.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을까?
- 요즘 부쩍 영화를 보시는 분들에게 공감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를 보는 분들이 두영에게 공감하신다면 너무 감사한 일일 것 같다. 100%는 어렵더라도, 90%는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