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의 시대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시대는 저무는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 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최근 몇년간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등에 업고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국가들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넓혀가는 중국의 정책은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의 강화를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미국 극우안보라인에 보호무역 강화
지난주에 윤곽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의 안보라인 인선은 미국의 향후 외교안보 정책이 강경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를 더욱 깊게 했다. 법무장관으로 발탁된 제프 세션스를 비롯해 CIA 국장으로 선택된 마이크 폼페오, 그리고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 앉게될 마이클 플린까지 모두 강경 보수파이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으며, 중동정책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들이라, 중동분쟁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CNN이 보도한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 후 200일까지 무역통상정책 구상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하의 미국은 글로벌 무역통상 전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 후 100일째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200일째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탈퇴할 계획이 짜여져있어,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과 충돌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에서 "미국이 TPP에서 빠지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끌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며 "이는 미국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트럼프 시대 미국의 빗장은 열리는 것이 아닌 닫히는 것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중, 자유무역 주도 적극적…아시아·중남미와의 협력 강화
템플대의 아시아연구소 소장 제프 킹스턴은 지난 19일 재펜타임스의 기고에서 "트럼프 정책 탓에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며, 중국은 그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바라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미국이 국수주의·보호주의로 접어들면서 전세계적인 패권국가로서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은 중국에게는 오히려 기꺼운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 보호무역 반대를 입장을 내세우며,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내놓으면서 세계 통상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19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아태 지역은 보호무역주의의 도전과 무역 성장 정체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배타적인 무역 협정을 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또 필리핀, 베트남 정상들과도 다시 만나 양국 간의 우호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영토 분쟁의 원인이 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원만한 해결을 통해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자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 맥 마르골리스는 "트럼프가 중국이 라틴 아메리카로 가는 문을 열어주었다"면서 "트럼프의 당선을 재앙으로 받아들인 중남미에 중국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순방에서 시 주석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국가와의 전방위 협력을 희망하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며, 에콰도르에 이어 20일까지 페루, 칠레 등을 방문하며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