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지만, 중국인들의 관심은 도리어 왕양(汪洋) 부총리의 미국 방문에 쏠리고 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APEC 체제에서 양국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관계의 발전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중미 관계의 중요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며 "양측이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공조해나가면서 이견을 관리하고 양국관계의 순조로운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핵 위협에 대해서도 논의하며,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재차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철강을 비롯한 산업 분야에서의 과잉생산 문제도 거론했다고 덧붙였다.
대외적인 표현과는 달리 시 주석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 자체를 그다지 중시하는 태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레임덕' 상태이어서 뿐만 아니라 미국 대외정책 방향의 키를 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온통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APEC 회의 전략도 미국 자체보다는 다른 진영의 국가 정상들과 만나고 보호 무역주의 등에서 자국의 세를 불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오원자오(陶文釗)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두 정상이 APEC 기간에 만나겠지만 얘기해야 할 것이 많지 않다"며 "이들은 이미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5시간가량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대신 21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왕 부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할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왕 부총리의 방미는 미·중 상무연합위원회 유관 활동 참석이며 관련 활동을 조율 중"이라고만 밝혔다.
왕양 부총리는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는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가지고 방미해 트럼프를 면담할 가능성이 크다. 왕 부총리가 트럼프를 만나게 되면 이는 중국 고위급 인사가 트럼프를 탐색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중 양국이 남중국해, 사이버보안, 인권 등 문제에서 갈등을 겪긴 했지만, 무역투자 증진, 경제협력 확대 기조 속에 큰 마찰 없이 비교적 평안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장저신(張哲馨)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부침이 있었지만, 오바마 재임 기간에 양국은 기본적으로 잘 협력해왔다"며 "양자 무역은 늘었고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도 잘 진행됐으며 특히 중국은 2년 전 미국과 군사훈련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정(袁征)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아시아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중국에 미국의 진정한 의도를 고민하게 하며 양국 상호신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