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 속에서 글로벌 국채 매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의 국채 수익률 상승과 함께 달러도 강세다.
지난주 트럼프의 깜짝 당선 이후 투자자들은 저성장 저인플레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후 시작된 채권 매도세로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에서 벗어났고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채권 투자자들은 일주일 사이에 약 1조 달러에 가까운 손해를 보았다.
영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브렉시트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고 독일의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5월 초 이후 처음으로 장중 1%를 넘기도 했다.
달러 역시 주요 통화 대비 상승했다. 달러지수는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유로/달러는 1.074달러로 1% 떨어졌고 달러/엔은 108.45엔으로 1.7%나 올랐다. 파운드/달러는 1.2497달러로 0.8% 미끄러졌다.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가 약속하고 있는 감세와 규제 철폐, 인프라 투자 확대는 경기 활성화와 인플레 상방 압력, 그에 따른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주 실시한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가 약속한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는 모두 상당한 재정 부양책을 약속하는 것이라며 GDP, 물가상승률이 모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들은 2017년부터 재정 부양책이 실시되면 2017년에 미국 경제가 2.2% 성장하고 2018년에는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2개월 미국의 성장률은 1.5%였다. 또한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률이 2017년에 2.2%를 기록하고 2018년에는 2.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CME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12월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86%로 높게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의 81%에서 더 오른 것이다.
연준의 정책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의 2년물 국채 수익률은 14일 장중 1%를 돌파하면서 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당선 후 오바마케어의 일부 사항을 존속시키고 멕시코 국경 일부 지역에 벽 대신 울타리를 세운다는 등 선거 운동 당시 내세우던 급진적인 공약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간 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트럼프의 각종 아젠다에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당분간 투자자들이 암흑 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클 니콜라우스의 제임스 디마시 수석 채권 전략가 역시 “정책적 확실성이 확보되기까지 투자자들에게 과잉 대응하지 않기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또한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14일 금융 시장이 트럼프의 승리 이후 성장률 상승 전망을 반영하고 있지만 미국의 보호주의로 유럽과 신흥국이 실질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은 미국의 성장률 제고를 가리키지만 이는 미국 우선주의의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