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금융시장에서 트럼프 쇼크는 채 하루도 가지 않았다.
9일 아시아 증시는 예상치 못한 트럼프 승리에 크게 동요했지만 급락장이 예고됐던 유럽과 미국 증시는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현지시간 9일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모두 1% 이상 상승 마감했다. 유럽증시도 급락세로 출발했으나 곧 오름세로 전환했다.
특히 클린턴 당선 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와 의약품 가격 인하 압박 전망에 피해주로 분류되던 금융과 헬스케어 업종이 대폭 올랐다. 미국의 대형 상업은행들로 구성된 KBW 나스닥 은행지수는 9일 4.9% 급등했고 나스닥 바이오테크 지수는 9% 치솟았다.
이튼 밴스의 에디 퍼킨 투자자는 “올해 들어 제약업은 S&P500 산업 중 가장 수익률이 저조했다. 클린턴의 패배로 정치적 리스크가 사라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는 트럼프가 9일 승리연설에서 “미국을 재건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시키는 시급한 과제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고속도로, 다리, 터널, 공항 등 모든 인프라를 재건하고 수백만 국민들을 일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투자 심리를 안정시켰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재정 지출 확대와 세금 인하를 통한 부양책과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성장률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BK 자산운용의 볼보스 슐로스버그 애널리스트는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 "시장이 트럼프를 성장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지출, 지출, 지출과 그에 따른 수요 증대였다"고 해석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이어졌다. 지출과 감세를 통한 부양책은 성장률과 인플레를 끌어올리는 한편 국가의 재정적자를 확대시켜 결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7%까지 오르면서 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재정 부양책의 세부 계획이나 우선순위 과제 등이 발표되지 않은데다가 무역, 이민, 세금 등과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 정책의 대격변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글루스킨 셔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너무 성급하게 성장 기대감을 반영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