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11월에는 회장단 회의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경련 측의 설명이다. 이미 회원사에 개최 공문까지 발송한 상태에서 무기한 연기된 것은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하면서 재벌 총수 소환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상황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8일 전경련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10일 회장단 회의를 갖기로 한 것으로 보도 됐는데 전경련은 개최하지 않는다”라면서 “11월은 열지 않는다. 이후에 개최 시기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10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비공개로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현재 회장단 총수들의 참석 여부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이번 회의 개최 여부 조차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복수의 대기업 관계자들이 아주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경련으로부터 회장단 회의 참석 요청을 받았다”는 대답을 받았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그동안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려왔으며, 2년 전부터 개최 안건 등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경련이 마련한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안과 후임 회장 선임 등 굵직한 사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비롯해 10대 그룹 총수들의 상당수가 불참할 분위기여서 회의가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었던 것.
10대 그룹의 고위임원은 “총수들이 전경련과 선을 그으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승철 상근부회장 등 전경련 임원들이 최 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전경련 회관이 압수수색까지 당한 상황에서 굳이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있겠냐는 얘기다.
그는 이어 “(전경련에 대한) 총수들의 마음이 떠난 상태”라며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허창수 현 회장도 더 이상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현재의 위기 극복을 위해 총수들의 중지를 모아야 할 ‘콘트롤 타워’는 실종됐다”면서 “특히 재계를 이끌어갈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없어 재계의 표류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전경련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정경 유착의 통로’, ‘정권의 모금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해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회원사들은 전경련이 재계 보다는 청와대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