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노승길 기자 = '최순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며 내년도 경제정책 수립은 물론 예산안 처리, 공기업 인사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 대선 결과와 금리 인상 전망 등 대외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경제정책논의 실종…경제성장률 2.8%도 어려워
'최순실 사태' 이후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각 부처의 내년 경제정책 논의는 실종됐다. 유일호 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불편한 동거를 하는 상황이 연출되며 경제정책의 향방도 오리무중이다.
경제 리더십 공백에 대외적 불확실성마저 커지며 올해 경제 성장률(2.8%) 유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책·민간 경제연구소는 물론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2.5% 안팎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2.6%를 재확인했다.
씨티그룹 등 해외 IB들도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2.8%보다 낮은 2.5% 내외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경제성장의 활력이 저하되며 경제성장률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세계경제가 저성장기조로 고착화되고, 국내 경제도 이에 동조해 하향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이는 수출, 내수, 구조조정 등 주요 경제사안에 대한 정부정책의 결정력과 집행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출은 전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등 대외무역을 통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경기둔화에 빠진 중국과 신흥국 시장을 대체할 만한 시장도 없는 상황이다.
내수측면에서도 각종 정부 정책이 올해 3분기 마무리돼 민간소비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가계부채는 향후 금리 상승에 따라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기업 구조조정도 주요 불안요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달남은 예산안 처리 안갯속
당장 내년도 예산안이 헌법상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순실 사태로 평창동계올림픽, 창조경제문화융성 등 관련 예산 삭감 여부가 쟁점이 되면 심의가 길어져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 사상 최초로 400조를 돌파한 예산의 내년 초 집행도 늦어지게 된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벌써부터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예산투입이 지연되면 경제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7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심사를 시작한다.
문제는 최순실 사태에 묻혀 예산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시된다. 야당은 이미 최순실 사태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예산안 감액 및 증액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공기관장 인사 공백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공백 사태는 공공기관장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공석 또는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 18곳에 달하고 연말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도 21명이나 되는 등 총 39곳의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한국남동발전 허엽 사장(9월22일), 한국서부발전 조인국 사장(9월22일), 대한석탄공사 권혁수 사장(9월22일), 한수원 조석 사장(9월25일),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박구원 사장(10월14일)의 임기가 끝났다.
한전KPS 최외근 사장도 오는 8일 임기를 마친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지난 3월 김동원 이사장이 임기 7개월을 앞두고 사임해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중 한수원의 경우 이관섭 전 산업부 차관, 이영일 한수원 사업본부장, 태성은 전 한전KPS 사장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했지만,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상황에서 제대로 인사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개각 단행과 거국중립내각 논의 등 대통령이 공공기관장 임명까지 진행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업 특성상 정부의 주요 정책을 뒷받침하고 일선에서 집행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장 공백이 정책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우리 역시 기관장 선임이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며 "현 정국에서는 아무래도 인선이 지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