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 코너 몰린 박근혜 대통령, '김병준 깜짝 카드'…되레 여론 악화

2016-11-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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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참여정부·호남출신 인사…박 대통령 국정 주도 의지 드러내

'깜짝 개각' 발표에 野·與비박 강력 반발…더 꼬인 최순실 정국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무금융노조가 연 '박근혜 하야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세구 기자 k39@]



아주경제 주진 기자 =거국중립내각 논란의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수습책으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교체하는 ‘깜짝 개각’을 전격 단행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교수의 총리 내정과 관련해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 중립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 교수를 책임총리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총리에게 인사권 등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내치를 맡기는 등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야권 출신 인사를 총리로 지명해 거국중립내각 요구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다고 자평하고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각 인적쇄신의 최대 목표가 국정 안정화인 만큼 현재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경제위기와 재난대처를 각각 지휘할 기획재정부와 국민안전처의 사령탑을 일신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그러나 여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조차 '물타기'로 의심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참여정부 출신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총리에 지명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덮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야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신임 국무총리에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내정됐다. 사진은 2004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된 박근혜 대표에게 축하 난을 전달하는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 참여정부․호남출신 인사로 '물타기?', 인사 국면 전환용 개각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와 호남 출신 인사들을 기용해 야권의 반발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그러나 인사 면면을 보면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참여정부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지냈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박 내정자는 모두 전남 출신이다.

김 내정자는 참여정부 교육부총리 재직 시절, '제자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취임 13일만에 자진사퇴했다. 당시 논문표절 의혹을 문제 삼아 낙마시킨 새누리당이 현재 김 내정자를 총리 후보로 받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다.

임 내정자와 박 내정자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호남 출신이지만, 여권 성향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 내정자는 이명박정부 청와대 경제비서관과 기획재정부제1차관을 지냈고, 현 정부 들어 NH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기재부 내에서 ‘장관1순위’로 평가받았던 만큼 이번 경제부총리 낙점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 내정자 역시 여가부 차관 퇴임 이후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정부 외곽에서 여권 성향 조직인 ‘세종로국정포럼’에 참여하며, 여권 인사들과 돈독한 교류를 쌓아 왔다. 이 포럼은 그동안 현 정부 장․차관들을 대거 강연자로 초빙해 행사를 가졌으며, 대부분 정부정책 홍보의 장으로 이용돼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지난 20일 열린 134회 포럼에는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이 참석해 ‘제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라는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 대통령 불통 인사 재현...하야․탄핵 여론 거세질 수도

당초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 후임 인사를 먼저 한 뒤 총리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여지없이 깨졌다.

검찰 수사 본격화로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지면서 참모진 인선보다는 내각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번 개각을 두고 '최순실 사태'에 대한 국민적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 거국중립내각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총리와 경제부총리 등 부분 개각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취임 초부터 국정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불통’ ‘독선’ 통치 스타일이 그대로 재현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순실 파문의 몸통이 박 대통령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악수(惡手)를 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하는 내각 구성에 반발하며 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당장 총리 인준안의 국회 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개각을 통해 나타난 박 대통령의 정국 인식과 풀어가는 접근 방식이 너무나 안이하다는 비판도 거세지면서 오히려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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