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과열이라는 데...대구·울산 등은 공급 과잉으로 신음

최근 대구·울산·경북 등 남동권 주택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 수성못 전경.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정부가 강남발(發) 부동산 열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규제대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대구·울산·경북 등 남동권 주택시장은 되려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KB국민은행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주택(아파트·단독·연립)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국(0.24%), 서울(0.50%), 수도권(0.38%), 5대광역시(0.13%), 지방(0.03%) 등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구(-0.13%), 울산(-0.01%), 경북(-0.18%)은 모두 전월대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국 지역별로 확대해도 지난달 하락한 지역은 충남(-0.05%)과 충북(-0.10%)에 불과하다.
 

2016년 10월 전국 주요지역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비교. [그래픽=임이슬 기자]

특히 대구는 10개월, 울산은 6개월, 경북은 11개월 연속 낙폭이 이어지면서, 하락세가 만성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의 주택시장 침체는 공급 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역 시세를 견인할 만한 개발호재가 고갈된 데다, 2~3년 전 쏟아졌던 공급물량에 따른 피로감 누적까지 겹쳐 투자수요를 유입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구와 경북은 오는 2018년까지 매년 1만가구 이상의 입주예정 물량이 추가로 쏟아진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K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구는 혁신도시 인근인 동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일대 시세가 단기간에 너무 급등했기 때문"이라며 "집값을 끌어올릴만한 동력이 부족해 투자수요가 더 이상 형성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수성구 일대 공급된 분양 단지들도 3000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었으나, 요즘은 점차 빠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울산 주택시장은 지역 기반산업인 조선업 침체로 매매수요가 감소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주택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은 올 5월로, 정부가 상반기 조선업계 구조조정 방침을 밝힌 시기(4월)와도 맞물린다.

울산 동구 전하동 소재 '전하푸르지오'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경우 이달 매매가격이 3억250만원 선에 형성되며 연초대비 1000만원 가량 시세가 하락했지만, 실질적인 호가는 약 25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인근 L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말했다.

다만 청약시장 분위기는 송정지구 분양 여파로 다소 엇갈렸다. 북구 일대에 총 7821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송정지구는 인근에 울산공항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등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호반베르디움 청약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7개 블록에 순차적으로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업계는 호반베르디움은 이미 35대 1로 1순위 청약을 마친 바 있어, 향후 송정지구의 분양 여파가 울산 주택시장의 흐름을 바꿀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팀장은 "대구·경북·울산의 경우 입주물량 부담이 큰 지역으로 실수요층 기반의 기입주 주택 하락세가 뚜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울산 지역은 최근 분양에 들어간 송정지구를 비롯, '힐스테이트 수암' 도심 재건축이 평균 11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청약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재고주택 시장과 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진행되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