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검찰 소환조사 중 긴급 체포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경우 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법당국은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이유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헌법 제84조에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된 만큼 현직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미르․K스포츠재단 각종 의혹에 박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직접 시인했다는 점에서 수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사과에서 두 재단의 설립과정에 박 대통령 자신이 개입한 점, 또 최씨에게 연설문은 보낸 것과 연설문 수정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인정한 바 있다. 사실상 ‘자백’한 셈이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일부 비박계 의원들도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필요성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 문제의 가장 핵심 증인은 사실은 박 대통령"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청와대가 나서서 최순실이 원하는 재벌모금을 강요하고 각 부처 인사를 최순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일련의 흐름에서 비선 권력이 큰 것"이라며 "따라서 반드시 대통령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하고 스스로 조사를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으면 최순실을 포함한 각종 피의자의 범죄를 확정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처벌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고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들과 앞으로 처벌을 받을 대상자들의 범죄혐의가 보다 명료해지도록 대통령이 조사를 받아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통령께서도 진실을 밝히고 감동적인 대국민 사과를 하셔야 한다. 스스로 수사받고 처벌도 감수하겠다며 검찰수사에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누리꾼들도 “최순실한테 다 모아서 묻어버릴 분위기”, “박근혜도 검찰 조사하라”,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검찰이 청와대와 모종의 ‘시나리오’를 갖고 짜맞추기 수사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압수수색이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증거인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대미문의 ‘게이트’에 대한 특검이 발동되기 전 검찰 수사는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이 모든 보고를 들으며 개입한다”며 “최순실 등에 대한 비리는 적정선에서 처리하겠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씨의 진술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4%로, 두 자릿수 붕괴 초읽기에 돌입하며 조기 레임덕은 현실화됐다는 점, 박 대통령 탄핵․하야까지 촉구하고 있는 국민 비판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지만, 인적쇄신안 외에는 달리 정국 반전 카드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전격적으로 응하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의혹의 몸통으로 의심받고 있는 박 대통령이 ‘거짓사과’로 의혹을 더 키웠다. 박 대통령부터 검찰 조사를 받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명명백백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모든 해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