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멈춘 국정을 논의하기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31일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이 시작 10분만에 결렬됐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제안을 다 수용했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야당 원내대표들은 이에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은) 여야가 인정하는 중립적인 인물로 내각을 맡겨서 국정을 안정시켜야 된다는 그런 충정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면서 "이 제안은 야당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함께, 한 분도 예외없이 먼저 제안한 건데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내대표는 "특검, 거국내각 다 수용했다"면서 "청와대와 정부, 당 책임있는 거 알고 있지만 야당도 국가적 위기를 수습하는데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되는 것 아닌가, 어떻게 국가적 위기를 볼모로 해서 정치공세적인 그런 자세로만 일관해서야 되겠나"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특검도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입맛에 맞는 사람을 어떻게 추천하겠나"라며 "야당에서 제안한 것은 모두 예외없이 수용했는데 즉시 걷어찬 이유가 뭔가, 하야정국·탄핵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까지 들은 우상호 원내대표는 "저런식으로 하면 더 (협상) 못한다"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는 "나도 못 한다"라며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 원내대표가 "오자마자 정치공세를 한다"고 하자 정 원내대표는 "정치공세 누가 먼저했어?"라며 "우린 다 수용했으니까 답을 주십시오. 더 이상 받아들일 내용도 제안할 내용도 없습니다 이제!"라며 퇴장해버렸다.
정 의장과 야당 원내대표들만 남은 상황에서 짧게 비공개로 대화한 후,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정 대표가 불만이 있다고 해도 언론의 앞에서, 존경의 대상인 의장 앞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갈등을 풀어가야 할 원내대표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야당마저도 이 정국을 갈등으로 계속 가야하느냐의 문제에 대해선 깊이 고민했다"면서 "단, 대통령과 3당 대표의 영수회담 문제는 설왕설래가 있었다"고 말했다. 야권은 여당의 태도변화를 보면서 다음날 야3당 원내대표회담을 갖기로 했다.
우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총회장으로 입장하며 정 원내대표를 겨냥해 "대화하러 들어온 건가 아님 쇼 하러 왔나"라며 "말도 하기 싫다"고 비난했다. "저런 태도로 무슨 상황을 수습하겠다는 건가"라고도 덧붙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별도 입장자료를 내고 "오늘 3당 원내대표 회동은 초유의 국가 리더십 위기를 맞아 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국회 본연의 임무인 예산과 민생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면서 "회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여당이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퇴장해 회담을 무산시킨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