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것은 역대 5번째다. 삼성(6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타이틀 스폰서로 결정된 KCC는 시즌 기간 한국농구연맹(KBL) 10개 구단 경기장 내 광고 권한과 인쇄물, 제작물 등에 KCC 브랜드를 노출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타이틀 스폰서는 국내 프로스포츠의 한계와 맞물려 있다. 재정 자립도가 크게 떨어져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으면 리그 운영이 되지 않아, 미국과 일본 프로스포츠와 달리 타이틀 스폰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대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도 2000년부터 타이틀 스폰서가 등장했을 정도다.
프로야구도 타이어뱅크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맡고 있고, 프로축구는 6년째 현대오일뱅크, 프로배구는 10년째 NH농협이 후원하고 있다. 그런데 KCC가 3년 연속 프로농구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것이 뭐가 문제일까. 불편한 속사정은 따로 있다.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리그 소속 구단 모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것은 KBL이 유일하다.
하지만 한 총재가 물러난 뒤 타이틀 스폰서 유치에 애를 먹은 KBL은 외부 후원사 찾기에 실패했다. 결국 KCC에 손을 벌렸다. 울며 겨자 먹기로 KCC가 3년째 후원사로 발 벗고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여자농구(WKBL)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6개 회원사가 돌아가며 후원사를 맡고 있다.
외부 스폰서가 아닌 회원사가 후원사로 나서면 리그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을 수밖에 없다. 매 시즌 심판판정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는 프로농구에서 출발점부터 의혹을 살 수 있는 배경을 자처하는 셈이다.
또 타이틀 스폰서는 해당 리그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해당 종목의 인기와 비례하기도 한다. 회원사의 입김이 자용하는 리그 소속 모기업의 타이틀 스폰서는 그 규모 자체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외부 후원사 유치에 실패해 쩔쩔매는 KBL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면이다. 프로농구 부활을 외치며 임기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 김영기 KBL 총재에게 묻고 싶다. KCC가 발을 빼면 마땅한 대안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