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울릉도를 배경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은 마을 처녀 명숙이 ‘뭍에다 묻어 달라’는 유언만을 남긴 채 자살을 한다.
죽은 명숙이 홀몸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마을은 술렁이고, 명숙의 장례를 위해 뭍으로 가려하는 명숙의 사촌오빠 규회와 이를 말리는 마을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결국 섬 안의 비밀들이 하나씩 폭로되며 마을사람들 모두가 명숙의 죽음에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지지만, 시간이 흐르고 일상으로 돌아 온 사람들은 지난 아픔의 망각 속에서 다시금 자신들의 삶을 즐긴다.
섬과 뭍,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패배한 자와 승리한 자 등 익숙한 대비구도로 극이 진행되지만, 결국에는 죽은 자를 제외한 모두가 ‘진실과 순수’를 짓밟은 가해자란 사실을 보여주며 옳고 그름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다소 무거운 주제에 비해 극의 진행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배우들의 구수한 사투리 연기의 리얼함과 개성이 뚜렷한 각 캐릭터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으며, 때로는 건조하게 때로는 끈끈하게 풀어내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부담 없이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완희 연출은 “극장 문을 나서면서, 또는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이 가해자들의 모습 중 누구 하나가 나랑 닮았다는 생각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라며 연출의 변을 대신했다.